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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창원 전통주 대회 가보니] “우리 술의 고운 빛깔과 향긋함에 취해요”

본선 진출 전통주 시음 열기 후끈

참가자들 제작 방법 설명도 재미

전통찻자리·판소리 등 볼거리 다양

기사입력 : 2024-04-14 20:50:14

“우리 민족과 함께한 술은 알코올 이전에 ‘문화’입니다. 한국 문화인 전통주를 발전시키고 지켜야 합니다.”

지난 13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경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에서 열린 창원 전통주 대회 현장. 대회장 안에는 향긋한 술 향기로 가득했다. 일반 시민들은 1만원을 내고 입장권을 구매하면 본선에 진출한 전통주들을 시음할 수 있었다. 기자도 직접 입장권을 구매해 시음을 시작했다.

지난 13일 창원시 성산구 경남 사회적경제혁신타운에서 열린 ‘제3회 창원 전통주 대회’에서 일반인들이 본선 진출 주품을 시음하고 있다.
지난 13일 창원시 성산구 경남 사회적경제혁신타운에서 열린 ‘제3회 창원 전통주 대회’에서 일반인들이 본선 진출 주품을 시음하고 있다.

대회 관계자는 “빛깔을 먼저 보고, 향을 맡은 뒤 마시길 바란다”며 “전통주는 화학 첨가물 없이 쌀, 물, 누룩으로만 만들어지기에 시중에 파는 술보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시음자들은 본선에 진출한 전통주들을 음미하며, 참가자들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한 잔을 맛본 뒤 물로 입을 헹구고, 다른 전통주를 음미했다. 어느새 시음자들의 얼굴은 발개졌다.

지난 2022년 처음으로 시작한 이번 대회는 경남 지역에서 유일한 전통주 대회이다. 탁주와 청주 부문에서 134개의 주품이 출품되어 탁주 20명, 청주 21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탁주는 발효된 술에서 맑은 부분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거른 술이다. 탁주에서 맑은 부분만 떠낸 술을 청주라 부른다.

남해에서 온 이종필 참가자는 “이번에는 쌀로만 만든 순곡주를 출품했다.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발효’라는 같은 방식이 쓰이기에 전통주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며 “전통주는 다른 첨가물이 없기에 숙취가 적고, 배변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나중에는 남해에서 특산물로도 판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허승호(오른쪽) 전통주 이야기 대표가 옹기소주고리를 이용해 전통 소주인 홍주를 내리고 있다.
허승호(오른쪽) 전통주 이야기 대표가 옹기소주고리를 이용해 전통 소주인 홍주를 내리고 있다.

시음 외에도 전통 찻자리, 판소리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됐다. 창원시민 진종인(57)씨는 “근처 카페에 들렀다가 행사를 하기에 궁금해서 왔는데 너무 좋다”며 “원래 술을 좋아해 자주 마시는데 직접 만든 사람한테 설명을 들으니 재미가 두 배가 됐다. 전통주가 이렇게 다채로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심사평을 한 김유녀 공동체공간 수작 이사는 “다들 실력이 쟁쟁해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며 “쌀, 누룩, 물만 가지고 어떻게 각기 다른 술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는지 놀랐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탁주 부문에는 △금상 김재환 ‘희노애락’ △은상 석예숙 ‘삼양주’ △동상 김선영 ‘물 향기’가 선정됐다.

청주 부문에서는 △금상 정재윤 ‘바람’ △은상 김정화 ‘청춘야몽’ △동상 권영옥 ‘삶’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대회를 개최한 허승호 전통주 이야기 대표는 “일제강점기에 마산은 ‘물 좋은 마산’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일본 청주의 생산기지가 됐다. 굴욕과 왜곡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창원의 전통주는 일본의 사케(청주)로 왜곡됐다”며 “왜곡을 극복하고자 열린 이번 대회에서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인 전통주가 제대로 알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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