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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만물과 봄을 함께 하는 동춘당

기사입력 : 2024-04-19 08:15:06
주 재 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매봉산은 산의 형세가 넓은 들녘의 창공을 나르며 먹이를 사냥하는 맹금 조류인 매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대전광역시 대덕구에 가면 매봉산을 주산(主山·뒷산)으로 한 동춘당(同春堂)과 동춘당 종택(同春堂 宗宅)을 만나볼 수 있다. 동춘당은 1963년 1월에 보물로 지정된, 조선 후기 대사헌, 병조판서, 이조판서를 역임한 송준길(宋浚吉·1606~1672)이 살던 별채이다. ‘동춘’이란 ‘만물과 더불어 봄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동춘당은 균형감이 좋고, 우아한 지붕의 곡선 등에서 조선 시대의 별당 건축 양식을 잘 나타내었다. 온돌방 측면에 구멍을 내어 굴뚝을 대신한 것은 ‘따뜻함’이라는 본래의 기능보다 어려운 백성을 의식한 ‘겸양(謙讓)’의 덕목을 지키려 한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동춘당은 단아하면서도 기품을 지니고 있어 송준길의 검소한 생활상을 보는 듯하다. 대문 입구와 그 주변은 중간 정도의 기운이 감싸고 있으나 대청과 온돌방, 쪽마루 등 건물이 앉은 곳에는 싱싱하고 힘찬 기운이 흘렀다. 예학에 밝았고, 문장과 글씨에도 능통한 학자가 가히 머물 만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동춘당의 좌측에는 송준길의 5대조인 송요년이 지은 동춘당 종택이 있다. 종택은 사랑채, 안채, 별당, 별묘, 가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채는 ‘一’자형이며 안채는 ‘ㄷ’자형인데, 대청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부엌·안방·골방을 배치했고, 동쪽에는 건넌방·부엌·행랑방이 있다. 사랑채는 좌우 측을 막아주는 건물이 없어 불어오는 냉한 바람과 살기(殺氣)에 취약한 편이지만 안채는 내외담(집 안에 쌓는 담장)과 함께 서쪽과 동쪽에 배치한 건물이 좌청룡과 우백호 역할을 하며 찬바람과 흉살을 철저히 막아주고 있다. 종택은 호화롭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며 공간 배치가 넉넉한 기호지방 양반 집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동춘당 종택은 동춘당처럼 생기가 충만하지는 않지만, 중상급의 좋은 기운을 간직한 고택이다.

대전 서구 원정동에 송준길의 묘가 있다. 길목에 있는 수령 21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예사롭지 않은 자리에 묘가 있음을 암시한다. 노거수(老巨樹)가 있다는 것은 오랜 세월을 견딜 정도로 흙이 좋고, 세찬 바람을 맞지 않아 성장에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진흙과 마사토가 적당히 섞인 토질과 묘 주위의 낙락장송을 볼 때 생기가 응집된 곳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좌청룡과 우백호가 되는 좌우 측 산이 측면의 냉한 바람과 살기를 막아주지만, 송준길의 묘는 산이 너무 멀리 있어 큰 소나무들이 대신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묘를 쓴 자리와 주변은 경사가 급하고 너무 넓어 생기가 뭉쳐진 혈처(穴處)는 아니었다. 이를 ‘활이기산혈불결(闊而氣散穴不結·넓은 곳은 생기가 흩어지니 혈을 맺지 못한 곳이다)’이라 한다. 따라서 송준길의 묏자리는 모양은 그럴싸하고 토질도 좋으나 무해지지(無害之地·보통의 땅)에 해당한다. 그런데 묘 위쪽으로 10여 미터 올라가 보니 깔끔한 형상의 용맥(龍脈·산줄기)이 좌우로 요동을 하면서 내려오다가 묘를 향해 틀기 직전에 혈(穴)을 맺은 곳이 있었다. 그곳에 묘를 쓰지 않은 것이 아쉽다. 상하좌우로 용(龍·용맥)이 꿈틀거림은 용이 살아있음이요, 추하고 거칠며 뻣뻣하고 곧은 것은 용이 죽은 것이다. 이를 ‘굴곡활동용지생, 추조경직용지사(屈曲活動龍之生, 醜粗硬直龍之死)’라 한다. 송준길 묘 위의 산줄기는 생룡(生龍·살아있는 용)이면서 산천 정기의 영향으로 발육 상태가 대단히 좋은 용이다.

송준길 묘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명문가인 광산김씨 최초로 좌의정에 오른 김국광의 묘가 천마산에 자리하고 있다. 천마는 하늘을 나는 말을 뜻한다. 천마산의 용맥이 상하좌우로 요동을 치면서 내려오다가 김국광 묘의 중심부에 혈을 맺었다. 적정한 크기의 용맥이 힘차게 내려와 혈을 맺은 묘는 키 큰 소나무들이 좌우 측에서 세찬 바람과 흉한 기운을 막고 있으며, 유정하면서도 알맞은 높이의 안산(案山·앞산)이 앞쪽 가까이에서 때리는 흉살을 차폐시키고 있다. 좌우 측 먼 곳에 산이 있으나 너무 떨어져 있어 묘 주변에 있는 소나무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따라서 묘역을 둘러싼 곡장(曲墻·묘 주위로 쌓은 담)과 소나무들이 비보(裨補·부족한 부분을 보완함)를 잘하고 있다. 수맥이나 험한 바위가 없기에 땅속의 상태도 좋고, 토질도 양호하며 사방이 낙락장송으로 둘러싸여 있어 생기가 머물 수 있는 최적의 묘역이다. 광산김씨의 가문을 빛낸 김국광을 안치한 묘는 명당이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사주명리·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mail : ju46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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