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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년농부다] 27살 최연소 농장주 비결요? 맛 좋은 고추 위해 발로 뛰는 거죠

(2) 밀양 무안면 고추농부 이주원씨

기사입력 : 2024-04-23 18:40:56

16세부터 부모님께 기술 배우며 지식 쌓아
최상품 재배 위해 병해충 방제 공부 열심
하루 11시간·농막서 쪽잠 자며 수확 열중
독립경영 2년차… 5만㎡ 시설하우스 운영
향후 농업 6차산업화 주도하는 것이 목표
“농사는 부지런히 일한 만큼 보상 뒤따라”


“떠나는 사람들에게서 기회 엿봤죠.”

밀양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이주원(27)씨. 그는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우리라도 고향을 지켜야 하지 않겠나.”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탈농촌’ 현상이 심화되는데 따른 자조 섞인 다짐이었다. 자신만 남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가 남기로 결심한 이유가 꼭 서글픈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 또래 친구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모습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농사에 관심 없는 그들의 모습에서 아직은 농업이라는 분야가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분지 형태를 띠는 지역적 이점과 농부의 아들이라는 배경은 그가 농사를 짓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다. 그렇게 26살이라는 나이에 농업전선에 뛰어든 그는 연매출 1억5000만원을 달성하는 밀양시 무안면의 새내기 농장주로 성장했다.

이주원(27)씨가 밀양시 무안면 소재 자신의 농장에서 수확한 고추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이주원(27)씨가 밀양시 무안면 소재 자신의 농장에서 수확한 고추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농부의 아들에서 농부가 되기까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주원씨는 놀이터보다는 농장이, 장난감보다는 농기구를 만지는 것이 익숙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일찍이 농사일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농부는 부지런해야 하고, 고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늦잠 자고 싶고,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은 나이였다. 그의 일상은 농부의 일상에 가까웠고, 그만큼 농부라는 직업은 그에게서 멀어지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했어요. 당시에 크게 내색은 안 했지만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땡볕에서 일하는 게 너무 싫었거든요. 무엇보다 평생 농사만 지으신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게 일한지도 알고 있었고요. 농사를 업으로 삼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죠.”

중학교 입학 후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생각하다 보니 떠오른 게 공무원이었다. 여전히 농사는 안중에도 없었던 그였지만, 어느 날 한순간의 계기가 그를 농부의 길로 안내하게 된다.

“여느 때처럼 부모님을 도와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땡볕에서 트랙터 작업을 하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져 보이는 거예요. 단순히 멋져 보이기만 한 게 아니라 이때 처음 가장의 무게를 느꼈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보였거든요.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를 보며 훗날 제가 낳은 자식도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렇게 농부가 되기로 결심한 나이가 16살이었다. 당시 친구들은 “어린 나이에 그 힘든 일을 왜 하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친구들의 모습에서 농업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부모님 농장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대학도 농업 관련 학과로 진학해 농업 지식을 쌓았다. 홀로서기까지 10년, 그는 지난해 밀양시 무안면에서 가장 어린 최연소 농장주가 됐다.


[청년농부의 하루] 고추농사로 억대 매출 달성한 20대 청년농부

◇발로 뛰어 지은 농사, 고추로 억대 매출 달성

그는 현재 밀양시 무안면 일대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시설하우스 5만㎡(1500평) 규모에서 연간 3만㎏을 수확하고 있으며, 매출액은 1억5000만원 수준이다. 독립 경영 2년 차인 그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데는 부모님의 도움이 컸지만, 그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성과다.

“고추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이 20가지 정도가 돼요. 농사 초기에는 병해충이 발생한 뒤에야 수습을 하곤 했는데, 그때는 이미 늦더라고요. 한동안은 병해충을 공부하기 위해 다른 농장과 농약방에 들르는 게 일이었어요. 열심히 돌아다니는 모습에 농부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시더라고요. 결국 많은 시도와 연구 끝에 종류별 방제법을 터득했고, 그 결과 상품성이 좋은 고추를 재배할 수 있었죠.”

그가 기르는 고추는 알싸한 향에 시원하고 깔끔한 맵기를 내는 것으로 주변 농장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맛의 비결을 묻자 그는 철저한 온도관리가 생명이라고 말한다.

“고추는 장일 식물이라 햇빛을 많이 봐야 하는데, 기온이 너무 높아 환기가 안 되는 경우에는 적당히 차단도 시켜야 해요. 한여름에 하우스 담요를 수시로 덮고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미세한 온도조절 하나로 고추 맛이 판가름 나거든요.”

이주원씨가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이주원씨가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청년농부의 삶, 그리고 목표

그의 하루는 동이 트기 전 캄캄한 새벽에 시작된다. 집을 나서서 하루를 마감하기까지는 평균 11시간, 이마저도 수확량이 집중될 때는 농장 근처에 마련된 농막에서 쪽잠을 청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런 삶이 고단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는 포기하는 만큼 확실한 보상이 따른다는 게 농사의 장점이라고 답한다.

“농부의 미덕은 부지런함이라고, 확실히 농사를 짓게 되면 여가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부지런히 일한 만큼 물질적인 보상이 확실한 게 농사거든요. 또 주도적으로 일하면서 수시로 결과물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농사가 체질에 맞더라고요.(웃음)”

그는 농업이 생산 위주의 영농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 1차 생산에 그치지 않고, 2차 제조업과 3차 서비스업까지 확장시켜 자신의 농장이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농업의 6차산업화를 주도하는 것이 그의 장기적인 목표다.

“농업만큼 사업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는 분야가 없다고 생각해요. 생계형이 주였던 이전 영농세대와 달리 산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농부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보거든요. 먼 미래 이야기겠지만, 제 농장이 6차산업화 성공 사례로 소개되는 게 목표예요. 그날까지 열심히 연구하며 농사지을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농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주변에 농사짓는 분이 있다면 도움을 받거나 관련 일자리를 찾아 농사를 먼저 경험해 보는 걸 추천해요.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자연재해나 병해충으로 작황이 좋지 않을 때는 몸과 마음이 정말 힘들거든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농사가 체질에 맞는지, 또 선택 작물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이후에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농업에 도전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년간 월 110만원 영농정착금 지급
청년후계농 농지 임차료 지원
지역 특화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

☞ 밀양시 귀농귀촌 지원 정책은

밀양시는 청년 농업인과 귀농인의 안정적인 영농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밀양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통해 영농 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 농업인에게 최장 3년간 월 최대 110만원의 영농정착 지원금을 지급한다. 또 농지·시설하우스 임대차 계약 시 연간 500만원 한도 내에서 최대 3년간 임차료를 지원하는 ‘청년후계농 농지 임차료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처음 시행되는 ‘청년 창업농 맞춤형 지원사업’에 따라 △시설농업 △노지농업 △체험·가공 관련 시설·장비 지원 등 3개 분야에서 농가당 최대 3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오는 2025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수료생을 대상으로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5.6㏊ 규모의 ‘지역특화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이들의 주거 시설 지원을 위한 ‘청년 농촌 보금자리 조성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시는 귀농인의 농업 창업 및 주거 공간 마련을 위한 지원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총 4개 항목의 지원사업은 △귀농 농업 창업 및 주택구입 저리 융자지원(연 1.5%) △신규 귀농인의 농업 분야 교육 수강, 컨설팅, 관련 자격증 취득 지원 △농지 임차료 지원(세대당 최대 100만원) △도·시민의 농촌지역 이주를 위한 이사비(최대 50만원) 지원 등으로 구성됐다.

김수현 밀양시 농업기술센터 계장은 “청년 창업농 및 귀농 활성화 분야의 다양한 지원 정책을 통해 젊고 유능한 인재의 지역농업 진입을 촉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첨단 스마트팜 농장 보급으로 농가 경영주의 고령화 추세 완화와 인력 부족 해소 등에 단계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청년 농업인과 귀농인의 안정적인 지역 정착을 위해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지원 시책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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