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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지랄 총량의 법칙- 강희정(편집부장)

기사입력 : 2024-04-23 19:41:43

큰아이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이 맺히더니 이내 뚝뚝 떨어진다. 뭐가 그리 슬픈지 들어보니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다. 순하고 착한 큰딸의 극예민(?) 사춘기를 맞이하며 ‘지랄 총량의 법칙’을 떠올린다. 차라리 소리를 지르지. 뜬금없이 눈물을 흘릴 때면 더 당황스럽다. 그래도 대화를 단절하는 것보다 낫다고 위안하며 열심히 감정노동을 한다. 하지만 이 순간을 얼마나 더 겪어야 사춘기가 수그러들까. 뒤이어 기다리고 있는 성격 괄괄한 둘째의 사춘기까지, 지랄 총량의 끝이 있긴 한 걸까.

▼‘불편해도 괜찮아’의 저자 김두식 경북대 법대 교수는 사춘기가 되면서 ‘이해할 수 없어진’ 딸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사사건건 부모와 충돌하는 딸에 대한 고민을 전문가에게 털어놓았고, 이런 대답을 들었다. “모든 인간에게는 일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지랄을 사춘기에 다 떨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죽기 전까진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

▼‘지랄’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행동하는 지랄 떠는 자식을 키우거나, 본인이 그러하거나 혹은 공동체 속에서 그러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다행인 건 ‘지랄’이 모든 사물에는 총량이 정해져 있고, 그 총량을 벗어나 존재할 수 없다는 ‘총량의 법칙’과 만나 그 끝이 있다는 것으로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느끼는 강도는 다르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답답함과 불편함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해할 수 없는 나, 또는 다른 이들이 지랄하는 것 때문에 힘들다면 ‘지랄 총량의 법칙’을 떠올려보자. ‘아직 지랄 총량이 남았구나’ 생각하며 작은 해프닝으로 여길 수 있지 않을까. 폭발하는 감정의 상태가 지나가면 다시 고요한 상태로 돌아올 것이다. 바닥을 찍었으니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

강희정(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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