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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22대 총선에 담긴 시민의 메시지는?- 이진로(영산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기사입력 : 2024-04-23 19:41:42

22대 국회가 출범한다. 총선 결과가 충격적이다. 여소야대의 재현이다. 시민이 정치권에 보낸 메시지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108석,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이다. 시민이 이번 총선 투표에 담은 의중은 무엇일까. 여야의 협조, 의원의 독립성 제고, 시민의 정치 효능감 강화 등 세 가지로 풀어본다.

첫째, 정부와 여야 정당의 협조가 시민의 요구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선거기간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초반에 정부와 여당은 이미지 전환을 통해 150석 이상을 예상했다. 야당은 공천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일부 의원이 이탈했다. 참패를 걱정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역시 공천 갈등을 비롯해 인사와 발언의 헛발질로 실망을 키웠다. 그러자 야당이 200석을 넘어선다는 기대도 나왔다. 여당도 100석 미만을 심각하게 걱정했다. 헌법 개정과 대통령 탄핵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최종 개표 결과는 조국혁신당이 12석을 얻어서 범(汎) 야당의 절대적인 다수 의석에도 여당이 개헌과 탄핵 저지선 100석보다 8석을 더 얻었다. 시민의 메시지는 여야의 대화와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용산으로 초청했다. 처음이다. 다행이다. 투표에 나타난 민심을 읽었기 때문이다. 주역의 복괘(復卦)에 “불원복(不遠復)이면 무지회(毋止悔)”라는 표현이 있다. 잘못과 과실이 있더라도 굳어지기 전에 바로잡아 나가면 후회에 머무르지 않고, 잘 풀려나간다는 뜻이다. 정치권이 서로의 협조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기꺼이 협력할 것을 시민은 투표 결과로 당부한다.

둘째, 의원의 독립성 제고가 시민의 바람이다. 총선을 멀리에서 보면 심판론이 드세게 작용했다. 이른바 바람의 영향으로 후보자 개인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작게 보였다. 심판론은 일종의 프레이밍(인식 틀 형성)이다. 평가 기준에 해당한다. 그런데 심판론을 내세우면 논리적으로 권한과 예산을 가진 정부와 여당에게 더 많이 해당한다. 의회에서 다수당이지만 중요한 법안에서 거부권에 직면한 민주당에게 묻기 어려웠다. 심판론은 특히 비례대표 선거에 집중하여 상대적으로 더욱 선명한 기치를 내걸었던 조국혁신당에게 큰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때로는 정치 광고와 홍보의 엄청난 공세가 프레이밍의 논리적 한계를 억지로 넘어서기도 한다. 이번엔 무리였다. 야권에 유리했다.

그런데 총선을 가까이서 보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던 지역구 선거에서 후보자 개인의 역량과 태도가 바람 못지않게 중요했다. 여당의 경우 대통령에게 맞서면서 힘들게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이 개표 과정에서 엎치락뒤치락 바뀌면서 당선된 사례가 그리고 평소 주류 소속으로 쉽게 후보가 된 중진들의 낙선 사례도 있었다. 외부의 지원이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이 민생간담회라는 명목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선거에 개입한다고 비판을 받았다.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부산과 경남의 야당 후보 역시 유리한 판세였지만 개표 결과 다수 낙선했다. 외부의 지원이 보수권의 재결집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향후 정치인의 독립성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야 양극화 정치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시민의 마지막 메시지는 주권자의 책임감 강화다. 정치의 주인은 시민이다. 국회의원은 시민의 뜻을 전달하고 수행하는 봉사자(servant)다. 아무리 잘 뽑은 의원도 시민의 관리와 점검 속에 제대로 일한다. 소홀하면 주객이 전도된다. 시민이 투표에서 후보자를 제대로 평가해야 조금씩 정치가 개선된다는 정치적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체험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민의 메시지를 요약한다. 여야는 갈라치기를 탈피해 서로 협력하고, 의원의 독립성을 높이고, 주권자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려라.

이진로(영산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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