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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생태계 파괴로 지구가 위태롭다- 김경복(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기사입력 : 2024-04-24 19:38:51

지금 우리 지구는 생태계 위기의 심각한 상태에 빠져 있다. 자연은 파괴되어 자정 능력을 상실해 가고, 인간은 물질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가속도로 산업화의 길로 돌진하고 있다. ‘진보’와 ‘개발’, ‘발전’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자연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인간은 자연을 해친 대가를 고스란히 돌려받고 있다. 생태계 파괴는 다시 인간 파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 자연이 보여주는 이러한 ‘부메랑 효과’를 우리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쉬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한 치명적 사례로 1984년 인도 보팔시에서 있었던 환경오염 사건을 들 수 있다. 그해 12월 3일 인도 보팔시에 있는 살충제 공장에서 살충제 원료가 한꺼번에 대량 유출되면서 2500명 이상이 죽고 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눈이 머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유출된 물질은 물과 결합하면 불처럼 타오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사람의 피부건 식물이건 곤충이건 수분이 함유된 곳에 접촉만 하면 순식간에 뜨겁게 타올라 모든 것을 파멸시켰다. 목숨을 건진 사람도 화상을 입거나 가장 약한 점막인 눈을 상하여 장애인이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대재앙의 구체적이고 확대된 모습은 최근에 나타났던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볼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출현한 바이러스라는 것을 대다수 학자가 동의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생태계 파괴에서 오는 대재난은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발전한 산업화에 따른 ‘엔트로피’의 증대는 인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근대화가 남겨 놓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위배되는 불가역 에너지의 양산이라는 점이다. 이 에너지는 다른 에너지로 전환될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어, 점차 에너지의 교류체계를 깨뜨리고 자연 순환 계통을 차단한다. 그래서 자연 스스로 제 속에서부터 파괴되어 간다. 이러한 대표적인 에너지가 바로 화석연료의 폐기물, 즉 핵폐기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에너지의 축적은 결국 지구의 사막화를 불러와 지구 행성 자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와 같은 불행한 결과로 우리를 내모는가? 그것은 바로 인간의 물질적 욕망에 기초한 근대적 세계관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근대성은 세계에 대해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를 통한 분명한 앎에 이르게 했지만 모든 대상을 도구화, 계량화함으로써 ‘생명적 존재’를 단순한 ‘물적 존재’로 전락시켰다. 그것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와 사물을 인간을 위한 하나의 물건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낳았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보게 되는 자연 파괴의 현상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흔히 우리가 개발이라 부르는 발전은 사실은 자연으로부터 욕망의 대상이 되는 물질을 약탈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결국 근대성이 가져온 부정적인 결과로 말미암아 인류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까지 공멸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위기로부터 우리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여러 생명체, 더 나아가 지구라는 행성 자체를 살리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근대적 세계관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생태주의적 세계관이다. 생태주의는 인간 중심주의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인식하에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생명 평등주의, 더 나아가 사물 평등주의를 말한다. 우리는 생태주의적 세계관을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을 착취하는 기술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우리 인간은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 조그마한 희망의 빛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김경복(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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