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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김호일 위원장께

기사입력 : 2002-07-25 00:00:00

김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로서는 「김의원님」이라는 호칭이 편한데 지상(紙上)이라 정확하게 한
답시고 김위원장으로 해놓고 보니 같은 지역구의 민주당 김위원장도 있고,
또한 북쪽의 「김××」씨도 국방위원장으로 김위원장이니 어째 이상합니
다.

그러나 「김 前의원」으로는 차마 부를수 없으니 다소 중복되더라도 이해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시끄러운 마산합포를 떠나 옛날로 한번 돌아가볼까 합니다. 93년으로 기
억됩니다만 YS정부 당시 첫 시도한 재산공개에서 935만원으로 전국 꼴찌를
기록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던 때를 말입니다.

그때 저는 국회 출입기자였고, 어느날 위원장과 동승, 한 건물 주차장에
내렸을때 경비원이 거수경례를 하고 웃음으로 차량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식
당에 들어갔을 때도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고, 「김호일의원
님이시죠, 힘내세요」하고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위원장 본인도 얼마나 기뻤겠습니까만 저 역시도 매우 기분이 좋았답니
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고 좋은 일을 한것 같아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때
탔던 차량 번호가 아마 「경남 1나 3150」이었을 겁니다.

3.15와 4.19정신을 이어받자는 취지로 차량뿐만 아니라 마산의 집전화번
호도 22-0315였고, 서울 아파트 전화는 782-4190번, 본적도 합포구 월영동
419번지 아니었습니까. 지금 합포지구당 전화번호도 알아보니 242-0315이더
군요.

민주도시 마산의 국회의원으로서 민주항쟁에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이 되
기 위해 3.15와 4.19를 간판으로 내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도 그런
내력이 좋아 당시 메모장에 기록해두고 훗날 책으로 소개할 생각으로 지금
까지 생생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위원장님.
요즘 마산합포를 보니 참으로 썰렁하군요. 8월8일 재선거의 한나라당 공
천을 전후로 돌아가는 모습들이 매우 추해보입니다. 언론에는 「진흙탕」이
니 「이전투구」(泥田鬪狗)니 하는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보도내용을 종합해보면 위원장께서 추천한 사람이 공천되지 않고, 위원
장 자리까지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니 도저히 참을수 없어 중앙당에
공천 재심을 요청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상경농성을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한 위원장직은 고수하고, 17대에 다시 공천을 받아 출마한다는 얘기도 했더
군요.

하지만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지구당위원장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으
며, 1년7개월의 잔여임기 이후 다음 총선에 지역구를 내놓을 위원장 또한
어디 있답니까. 중앙당 공천 번복인들 쉽습니까.

이렇듯 수긍하기 힘든 조건들을 위원장께서 주장을 했다 하니 안타깝습니
다. 후보등록 이후 요 며칠새 갈등이 다소 봉합된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만
불씨가 소진됐는지 의문입니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됐던 작금의 마산합포 사태 발생의 중심에는 위원장
이 있고, 그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공짜
심리로 15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왔다 들어가고, 비리에 연루
된 前대통령 아들까지 설쳐 마산을 오염시킨 그 책임도 위원장이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마산이 어떤 곳인데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무주공산
(無主空山)의 나약한 도시가 되었답니까.
저는 이 마당에 「3김은 정치에서 물러가라」고 한 김동길 교수의 낚시론
은 거론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며, 위원장께서는 겸허하게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다 초연해지고, 특히 위원장직에 연연하지 말기
를 바랍니다.

3선의 의원직에 걸맞은 대범하고 의연한, 그리고 겸허한 자성의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자신을 밀어준 마산 시민들에 대한 예의이자
마산을 사랑하는 정치인의 도리라 생각합니다. 더운 날씨 건강에 유의하십
시오. /조용호(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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