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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앞 주차금지” 적치물 골목 점령

[진단] 도심 단독주택가 도넘은 주차 전쟁 (상) 창원지역 불법적치물 실태

락스통·화분·폐타이어 등 즐비

낮에도 주차할 곳 찾기 어려워

기사입력 : 2016-06-09 22:00:00
도심 단독주택가 주차난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너나 없이 타이어와 물통 등 불법적치물로 내집 앞 주차공간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엄연한 불법적치물이지만 단속은 되지 않고 있다. 본지는 (상)창원지역 불법적치물 실태 (하)합리적인 해법, 2차례 기획으로 이 문제를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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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의 한 주택가에 주차를 막기 위한 적치물들이 놓여 있다./성승건 기자/

◆실태= 9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주택가. 원룸형 다가구주택이 밀집한 이곳은 골목마다 락스통, 폐타이어, 화분, 입간판, 볼라드 등 온갖 적치물이 즐비해 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신월동과 팔룡동, 마산회원구 회원동, 합성동 등 창원지역 주택가 골목길 대부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낮시간대인데도 불구하고 적치물 때문에 마땅히 주차할 만한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낮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오후 퇴근 시간 이후부터는 주택가 골목마다 주차전쟁으로 주민들은 골머리를 앓기 시작한다.

신월동에 사는 김태형(29)씨는 지난 7일 오후 8시께 집 주변에 마땅히 차 댈 곳을 찾지 못해 남의 집 담벼락 밑에 주차했다. 그러나 김씨는 3시간여가 지나 잠이 들 무렵 몹시 불쾌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당장 차 빼라”는 말이 들려왔고 하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이미 밤늦은 시간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골목길을 몇 바퀴 돌아 또 다른 집 앞에서 라바콘을 치우고 겨우 주차했지만, 다음 날 아침 김씨의 차 앞유리에는 ‘대문 앞 주차하지 마시오’라는 ‘경고장’이 붙어 있었다.

◆적치물 수거해도 제자리걸음, 단속도 ‘한계’= 허가를 받지 않고 골목에 장애물을 놓는 행위는 현행 도로법상 불법이다. 적발될 경우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누가 놓았는지 증명할 방법이 없어 행정기관은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과태료 부과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1일 마산회원구청 관계자들은 골목길 폐타이어 등을 강제수거했다. 그런데 9일 오전 회원동 주택가 골목길은 폐타이어와 락스통 등 적치물들이 또다시 차지했다.

구청에서는 동주민센터 등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적치물 때문에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마산회원구청 관계자는 “기동 단속반이 상시 순찰과 단속으로 강제수거를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의창구청 관계자는 “한 동네만 수거하더라도 한 트럭이다. 주차장 문제가 해결되거나 아니면 주민들이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시 대책 실효성 의문= 2016년 5월말 기준 창원시 등록차량은 54만3634대이지만, 주차 공간은 45만296면으로 9만 면가량 부족하다. 확보된 주차 공간마저도 아파트나 대형마트 등 부설주차장이 40만에 육박한다. 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영주차장 주차공간은 4638면으로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시는 주택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공영주차장 추가 설치’와 ‘내집 주차장 설치 보조금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택가 주차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창원시가 올해 설치하는 공영주차장 면수는 10개소 581면에 불과하며, 내집 주차장 설치 보조금 지원 사업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많다.

현행 주차장법에 따르면 단독주택은 면적에 따라 주택 부지 한편에 주차장 공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주택 건립시 주차장으로 허가를 받아 설치해놓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창구 봉곡동 최모(55)씨는 “주택 내에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주민들 때문에 애꿎은 사람들만 피해를 본다”면서 “시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영진·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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