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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신년특집- 통하자] 사회 갈등, 해결방안 없을까 (1) 세대 갈등

“이해 불가” VS “소통 불가”

기사입력 : 2018-01-01 22:00:00

보건사회연, 2016년 국민 3669명 조사
‘고령자와 젊은이 간 갈등 있다’ 62.2%
2014년 56.2%보다 6%p 늘어 갈등 심화
 
젊은층 “고령층, 청년 아픔 공감 못한다”
고령층 “젊은층은 고생에 취약한 세대”
역사적 경험·나이 등 영향 갈등 심해져
 
현대사회 신자유주의식 경제체제 하에
저성장경제로 진입해 ‘구조적인 문제’
청년 사회안전망 확보 최우선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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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한 대학 도서관에서 한 학생이 취업을 위해 전공서적을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취업관은 젊은층과 중·장년층 사이에 존재하는 벽을 실감케 하는 화두의 하나다./경남신문DB/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만큼 중요한 기준은 없다. 이 기준은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돼 삶의 조타수 역할을 하지만, 다른 이에게는 아집으로 작용해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소신과 신념, 이해관계 등 개개인이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 이 같은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원활히 수용해 합의를 도출하면 상호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일파만파 커지며 집단 갈등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갈등의 원인은 단순히 상대에 대한 이해부족일까, 상호 이기심의 표출일까. 새해를 맞아 우리사회가 당면한 세대, 지역, 계층 간 다양한 갈등을 살펴보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 의견충돌과 갈등은 늘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세대갈등은 곧잘 상호 비방으로 이어지는 등 악화일로를 걷는다. ‘말 안 통하는 꼰대’, ‘노력은 않고 불만만 많은 아이들’ 등 온라인상에 펼쳐지는 서로를 향한 비난은 가정에서부터 일터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성세대의 가르침을 존중하는 ‘온고지신’, 젊은세대의 성취를 기뻐하는 ‘청출어람’ 등 서로를 존중하던 문화는 옛말이 됐고, 그 빈자리는 단절된 소통에 따른 외면과 무시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사회통합 실태 및 대응방안(3)-사회통합 국민인식’ 보고서를 보면, 2016년 전국 19~75세 국민 366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고령자와 젊은이 간의 갈등’은 62.2%로 지난 2014년 56.2%와 비교해 6%p 증가했다. 10년 후 고령자와 젊은이 간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응답자는 약 50%에 달했다. 연구진은 “세대갈등이 주요한 사회갈등 유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화되는 세대갈등 속에서 젊은층과 고령층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젊은층에게 고령층은 ‘청년세대의 아픔과 어려움을 공감하지 못하는 세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우리는 더 힘든 시대를 살았는데, 좋은 때에 태어나서 이 정도도 극복하지 못하느냐’는 고령층의 생각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이모(28·창원시)씨는 “왜 너희는 그것밖에 못하냐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 갈등의 화근이 된다”며 “기성세대는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교육대학을 나오면 무조건 교사가 됐다. 지금은 시험에 붙어도 대기 발령으로 2~3년을 기다려야 한다. 취업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젊은세대가 노력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편한 일만 하려 하고, 진득하게 일할 줄 모른다’는 인식에 대해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홍모(29·하동군)씨는 “아무 곳에 취업해 열심히만 하면 미래가 보장되던 시대는 지났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기성세대만큼의 임금과 정년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젊은층의 반응에 기성세대도 할 말이 많다. 1980년대 10%대 경제성장률, 199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를 넘는 호황기를 누린 세대라는 평가가 있지만, 당시 짊어져야 했던 책임의식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 그래서 외환위기(IMF 체제)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고통을 경험한 기성세대에게 젊은층은 ‘고생에 취약한 세대’로 보인다.

6·25전쟁 중 태어난 박모(66·김해시)씨는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은 할 수 있었지만, 대신 부모세대를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의식도 같이 따라왔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자식들에게 부양받지 못하게 된 첫 세대다”며 “기성세대는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피땀 흘린 세대다. 소변 참아가며 13시간씩 일했다. 케케묵은 ‘꼰대’라고 여기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집안의 장남으로 부모를 봉양하며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박모(51·창원시)씨는 “회사 내 젊은 직원들은 어서 돈을 모아 집을 장만해 결혼할 준비는 안 하고 노는 데 돈 쓰면서, 월급 적다고 불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역사적 경험, 나이(생애주기), 문화적 경험 등 다른 환경에서 발생한 차이에 따른 갈등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이처럼 갈등이 심해져 세대 간 소통 자체가 단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재흥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서로를 기피해 대화가 단절되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공동의 활동 자체가 끊기게 된다”며 “내가 제일 힘들다는 식으로 자기 삶이 잣대가 돼 타인을 평가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상대 세대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 다른 이들도 ‘꼰대’, ‘철부지’라며 손가락질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또 박 교수는 저임금, 비정규직 양산 등 현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따른 불만이 세대갈등으로 비화되는 것도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기성세대가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독식하고 있어 젊은세대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식으로, 서로 뺏고 뺏는 제로섬 관계로 다루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며 “신자유주의식 경쟁체제 하에 저성장경제로 진입한 구조적인 문제가 본질이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보를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대훈·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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