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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신년특집] 사회 갈등, 해결방안 없을까 (2) 지역 갈등

“지역 이기” VS “정당한 요구” 완충점 찾아야

기사입력 : 2018-01-03 22:00:00

지역갈등은 주로 이익을 놓고 서로 대립하거나 반대로 혐오시설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또는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로 일컬어지며 그 원인을 지역이기주의에 두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이기주의로만 해석하기에는 이러한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역갈등은 대부분 정책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에 놓인 주민들의 의사가 배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갈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편에서는 지역이기주의로 비난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정당한 요구 제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역갈등 현상을 단순히 사회병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익을 완충해 어떻게 합의에 근접할 수 있을지 제도적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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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9일 오후 김해 중소기업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김해신공항 사전주민설명회장을 찾은 김해공항시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국토부 관계자들에게 소음피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경남신문DB/



◆지역 명칭 뺏길 수 없다= 지자체마다 새로운 시설물을 둘러싼 명칭 선정은 예민한 문제이다. 새로운 랜드마크나 시설물에 자기 지역 명칭이 들어가면 그 지역을 전국에 알리게 되고 관광과 산업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남해군과 하동군은 두 지역을 연결하는 신설 교량의 명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남해군은 섬을 연결하는 교량이 통상적으로 섬의 명칭을 땄고, 새 다리가 노후된 남해대교를 대체·보완하는 만큼 ‘제2남해대교’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하동군은 다리가 건설되는 노량해협은 임진왜란 3대 대첩 중의 하나인 노량해전의 격전지이면서 두 지역에 각각 ‘노량’이라는 지명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노량대교’가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두 지자체의 갈등 속에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경남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국토지리원 국가지명위원회에 교량 명칭을 건의해야 할 경남도지명위원회는 수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보류 결정을 내렸고 결국 최종 명칭 결정의 공을 국가지명위원회로 넘겼다. 문제는 결정 이후의 수용 과정이다. 갈등의 봉합 없이 진행되는 과정은 한쪽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해시와 부산시가 상생협력으로 결실을 본 사업 중 하나인 ‘부산외곽순환도로’도 명칭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국토부는 이 도로의 주 기능을 부산 중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2010년 12월 도로 명칭을 ‘부산 외곽 순환고속도로’로 공포 고시했다. 하지만 경남도와 김해시, 양산시, 부산시 기장군 등은 지난 2015년 9월 제정된 국토교통부 제정 예규 제114호 ‘고속국도 등 도로 노선번호 및 노선명 관리지침’(기·종점 명칭 우선 사용, 남·북, 서·동 배열 방향 부여)에 어긋나는 만큼 ‘김해~기장 고속도로’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경남-부산) 간 합의해 요청하면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0년 이상 끌고 있는 영남권 신공항= 영남권 신공항 갈등은 10년 이상 지역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정부가 김해국제공항 확장으로 결정지으면서 후유증 속에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소음문제로 또다시 갈등은 진행 중이다. 이러한 문제는 다시 신공항 입지를 놓고 올 6월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까지 낳고 있다. 김해시민들은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소음 피해가 가중될 것을 우려해 적극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해신공항이 소음 문제로 24시간 운영되지 못할 경우 대안으로 가덕도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공항과 관련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김해공항을 확장해서 영남권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가덕도 이전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신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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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일 남해군수가 지난해 11월 8일 경남도청 앞에서 ‘제2남해대교’ 결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경남신문DB/



◆물 문제= 물 공급을 둘러싼 경남도와 부산시의 갈등은 수십년간 반복된 해묵은 갈등이지만 언제든 다시 촉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갈등이기도 하다. 부산은 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 이후 경남의 남강댐 물을 공급받으려 했고 경남은 홍수와 지하수 고갈 등의 이유로 반대해왔다.

갈등의 기폭제는 정부의 정책 영향도 있었다. 정부는 줄곧 경남의 남강댐 물과 낙동강 강변여과수를 개발해 부산에 공급하려 했다. 지난 2008년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낙동강 물 대신 남강댐 수위를 높여 하루 133만t을 개발해 부산 95만t, 경남 38만t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남강댐 수위 상승 계획은 백지화됐다.

◆완충장치·원칙 기준 마련해야= 잠재된 채 반복되는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갈등조정위원회 등 전문기구를 구성해 갈등 해결의 ‘원칙’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역갈등 문제는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사회현상이지만 피할 수도 없다. 지역화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다원성이 일반화된 국가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합의에 근접할 수 있는 제도적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 당사자들이 직접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지역의 학계나 갈등 조정 전문가들로 구성된 갈등조정위원회를 통해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며 “지역 간 갈등을 지역에서 해결하지 않고 중앙 정부에 의존한다면 지방자치를 위축시키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지자체 간 합의 방안을 도출해 내는 것이 바람직한 갈등 해결 방안이다”고 말했다.

김용훈·박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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