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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라이프] 유튜브 알고리즘

뭉쳐야 뜬다

기사입력 : 2020-05-19 21:35:54

한때 ‘옥천HUB’의 미스터리에 꽂힌 적이 있다. 잃어버린 나의 택배 위치를 찾아서 현재 위치를 광클릭해봐도 옥천HUB에서 꼼작도 하지 않는 그리하여 ‘옥뮤다’로까지 불린 그 미스터리는 수많은 이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TMI . 충북 옥천은 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대전통영고속도로, 당진영덕고속도로 등이 지나면서 택배사들의 물류기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취재를 빙자해 서울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그 물건이 도대체 어디를 거쳐서 얼마나 걸려서 내 손에 도착하는지 추적할까 생각도 했다.

지금은 컬리나 로켓이 있어 옥천HUB는 서서히 잊혀졌다. 요즈음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건 바로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다. ‘유하~’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에는 어김없이 ‘무엇이 나를 이 곳으로 이끌었나’ ‘나는 분명 00을 보고 있었는데’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이 곳에 왔다’ 등등이 단골로 달려있다.


이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대한 궁금증은 여러 사람이 갖고 있나보다. 심지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이라는 연구보고서까지 낼 정도다. 158페이지 정도니 일독을 권할 수는 없지만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https://www.kpf.or.kr/front/research/selfDetail.do)에서 전문을 읽을 수 있다.

다들 읽어보셨을 테니 넘어가자. 유튜브의 영상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기사나 포스팅을 보면 크게 △콘텐츠 기반 필터링 △협업 필터링 등으로 원리를 설명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에 알아보자. 알다가도 모를 유튜브 알고리즘을 정리한 어떤 글은 ‘코렐 함수’까지 적용해서 본격적인 분석에 나섰다. 이것도 다음에 알아보자. 이렇게 분석적으로 정리한 뇌피셜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유튜브는 이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대한 오피셜을 내놓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나도 이쯤에서 ‘알 수 없는’ 상태로 두기로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는 나의 취향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넘어 ‘확증편향’을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취저겠으나 보고싶은것만 보게 만들어 부작용이 크다는 말도 한 번쯤 곱씹어볼만하다.


그렇다면 이제 개인적 경험을 공유해볼까 한다. 다들 무릎 등지를 탁 치는 지점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이끌려 보고 재밌어서 댓글까지 읽어보노라면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아서 놀라기도 하고 안심되기도 하니 말이다.

5월 19일 11시 42분 유튜브를 켠다. 글을 쓰기 위한 즉 업무적인 용도로 켠다. 아 갑자기 떠오른 것이 있는데 유튜브가 최근 무언가를 바꿨다. 댓글은 이미 그 콘텐츠의 일부가 된 상황에서 유튜브도 액션을 취한 것이다. 그 전에는 해당 영상 밑에 추천 영상 같은 게 쫘악 뜨고 댓글을 가장 밑에 있었다. 그래서 나 역시 영상을 보고나면 엄지를 강하게 튕겨 댓글을 먼저 보곤했다. 그런데 이 유튜브가 댓글 위치를 해당 영상 바로 밑으로 옮겼다. 드래그 되어 사라지는 추천 영상들을 어떻게든 보게 하려고 한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댓글 못지않게 재밌는 것이 대댓글. 그전에는 대댓글을 보고 ‘x’를 누르면 원래 댓글로 돌아가는데 바뀐 시스템에서는 ‘x’를 누르면 댓글창이 완전히 닫혀버린다. 이 것 역시 댓글은 그만보고 계속 영상을 보렴…하는 유튜브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다시 돌아와서 내 폰에 있는 유튜브 영상 목록을 보자. 물론 첫 머리에는 바로 패스하는 ‘광고’다. 실제 영상 첫 머리는 헌터x헌터 명장면(1주전). ‘일해라 토가시’로 유명한 그 작가의 작품 헌터헌터의 클립 영상이다. 얼마 전 메르엠과 네테로의 결전을 봐서 그런지 유튜브가 띄워준 영상으로 추측.

다음은 더스토리의 ‘더쿠’라는 콘텐츠다. 특히 건프라계의 덕후를 넘어선 금손을 소개하는 영상이다. 무려 2년 전 영상.

세 번째는 #집에서 함께해요..라는 유튜브의 추천영상 목록이다. 패스. 최근에는 ‘스토리 및 짧은 동영상’도 떡 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유튜브가 공격적으로 추천 영상을 들이대는 느낌이다.

다음은 유퀴즈온더블럭 클립 영상이 나오면 또 광고, 김성현TV(프로게이머 김성현의 게임 영상) 다음은 또 유튜브 추천영상. 그리고 또모라는 클래식 연주채널이 만든 ‘연주자들’이라는 콘텐츠다.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프로 연주자들에게 참교육 당하는 영상이다. 한예종 음대생만 해도 연주 잘하는 사람들인데 여기에 프로들이 레슨을 해주는 콘텐츠다. 다시 한 번 내가 예술에 참으로 무지하구나를 느끼는 채널이다. 그런 막귀지만 한예종 학생들의 연주에 우와 잘하네...하다가도 프로가 살짝 연주를 보여주면 클라스가 다른 소리를 느낀다. 그 지적을 받아들여 또 바뀌는 연주가 신기하달까. 댓글 반응도 나와 비슷하다. 물론 등수를 매기거나 누가 더 낫다는 댓글을 여전하고 거기에 반박하는 댓글에 혼란스럽기도 하다. 영상 2개 지나서 또 광고. 요즘에는 방송사들이 클립영상을 많이 올리긴 하지만 그래도 JTBC나 tvN이 압도적으로 많은 느낌이다.


최근에 케인TV를 좀 봤더니 이제 ‘오룡’ 채널도 자주 뜬다. 킹 오브 파이터스라는 격투기 게임 채널인데 여기에 연관돼서 ‘정인신선’이나 ‘짬타수아’까지 이어진다. 이건 그래도 짐작이 가는 알고리즘이다. ‘크보 핵인싸’를 보면 ‘박명환야구TV’나 ‘볼빠따TV’로 연결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흘러 흘러 문득 도달한 곳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tvN 채널이어서 나온 걸 수도 있지만, 여기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뮤지컬 배우가 있어서 그런 것도 같다. 이제 또 ‘전미도’라는 내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배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그가 출연한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이끌린다.

한 시간 정도 유튜브를 보며 이리저리 넘나들고 있는데 신기한 것은 ‘검색’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금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알 수 없다는 걸 느낀다. 중간에 계속 들이대는 광고와 영상 중간에 억겁으로 느껴지는 스킵까지의 시간은 물론 짜증나지만 유튜브가 왜 대세가 됐는지 절감한다.

이쯤에서 내가 구독한 채널들을 살펴본다. KOVO(배구협회), 하비킴, 청화수, 댓읽기, 송사비, 건담홀릭, 국방TV, 크레파스, 강쌤철물. 응? 내가 구독 누른 거 맞나 싶은 것도 많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하나 남았다. 경남신문도 당당히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다. 킬러 콘텐츠도 있다. 우리 안대훈 기자가 멱살 잡고 캐리하는 ‘댓글줍쇼’를 필두로 ‘내가 스터디’ ‘안 간다’ 같은 주옥같은 콘텐츠가 있으니 꼭 찾아보시길 권한다. 물론 ‘구독’ ‘좋아요’ ‘알람설정’은 뉴타입이 되는 지름길…이 아니고. 우리 안 기자와 VJ솔, 배 인턴을 살리는 길입니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콘텐츠 제작자)에게 시상을 한다. 그래파이트-오팔-브론즈-실버 플레이 버튼-골드 플레이 버튼-다이아몬드 플레이 버튼-50 Million Award-레드 다이아몬드 크리에이터 어워드 순으로 있다고 하는데 실버버튼이나 골드버튼을 받았다는 영상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도 실버버튼 받고 싶어효.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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