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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남도가 만든 ‘도문예진흥원장 공석’

기사입력 : 2020-10-26 21:26:35
조고운 문화체육부

오늘부터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수장이 공석이다. 전임 원장은 지난 23일자로 임기 만료됐다. 문예진흥원은 신임 원장 임명 때까지 도청 문화체육관광국장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사실상 지휘 체계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한 두달 전부터 문예진흥원과 문화계 안팎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원장의 거취를 놓고 말들은 많았지만,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 결정이 오롯이 윗선의 뜻(?)에 달렸기 때문이었다. 문예진흥원 규정에 따르면 원장은 공개모집을 통한 경쟁의 방식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임명한다. 임기 이후 이사회를 거쳐 연임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시기나 기준은 별도로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기 하루 전날까지도 관계자들 모두 문예진흥원의 이사장, 즉 김경수 도지사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문예진흥원 직원은 물론 도청 담당 부서인 문화예술과도 오히려 기자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연임이냐 신임이냐가 아니었다. 수장의 공백이 조직에 미칠 파급에 대한 우려였다. 신임 원장을 채용할 경우 공모부터 후보자 채택, 인사 검증 등의 과정이 있기 때문에 최소 2개월 전에 절차를 진행해야 맞다. 그래야 원만한 인수인계와 차기 사업 계획 및 추진이 가능하다. 특히 하반기에 2021년 업무계획 수립 및 행정사무감사, 콘텐츠코리아랩 개소 등 굵직한 현안들이 줄이은 상황에서 수장의 공백은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영향은 고스란히 도내 문화예술계에 미칠 것이다.

도는 이러한 사실을 버젓이 알면서도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도는 그 이유를 “연임 여부를 놓고 하루 전날까지 고민이 깊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계를 지원하는 대표 기관인 문예진흥원의 수장 인선에 대한 도의 신중함은 환영한다. 그러나 고민의 진짜 이유가 정무적 판단이 아닌 경남의 문예진흥을 위한 것인지는 묻고 싶다. 어쨌든 남은 과제는 새 수장을 잘 뽑는 것이다. 때 놓친 장고가 묘수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조고운(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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