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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노리는 ‘보이스피싱’ 기승

메신저·스미싱 등 다양한 수법 활개

경남, 지난해 피해액 200억원 넘어

정부 지원·저리 대출 사칭 주의해야

기사입력 : 2021-01-20 21:38:16

‘엄마 나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서 피시용으로 문자를 해. 급하게 부탁할 게 있는 데 메시지로 연락 줘.’

지난 연말 창원에 사는 30대 강모씨는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한 메시지를 받았다.

강씨는 처음에 ‘누가 문자를 잘못 보냈나?’ 생각했다. 그러나 이달 7일 또다시 다른 번호로 ‘엄마, 나 폰 떨어뜨려서 수리 맡겼어. 바로 연락 줘’라는 메시지를 받은 뒤 누군가 자녀를 사칭해 자신에게 사기 문자를 보낸 것으로 의심했다. 강씨는 “주변에 얘기했더니 유사 문자를 안 받은 사람이 없었다”라며 “그중 한 친구 부모는 실제 돈을 보낼 뻔한 아찔한 사례도 있었다. 가족의 이름은 물론 주소까지 전부 다 알고 있었다”라고 말하며 혀를 내둘렀다.

유사 범죄는 전화로도 이용된다. 창원에 사는 60대 박모씨는 과거 자녀가 다쳤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통화자를 바꿔 “엄마 나 너무 아파”라며 자녀를 사칭한 대역까지 등장했다. 박씨는 그날 다행히 범죄임을 알아차렸지만 지금도 떠올려보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이들이 받은 문자나 전화는 모두 전형적인 메신저피싱이나 보이스피싱 범죄 사례로 그중에는 고전 수법이 다시 성행하거나 최근 진화한 다양한 수법도 활개를 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남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무려 200억원이 넘어 최근 몇 년 사이 최고액을 기록했다.

도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은 2015년 32억원, 2016년 20억원, 2017년 37억원, 2018년 62억원, 2019년 209억원, 2020년 213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갈수록 수법도 대범하고 지능화돼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현금 이체를 요구하는 수법이 많았으며, ‘자녀납치형’, ‘기관사칭형’과 같은 보이스피싱 수법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무료 쿠폰 지급’, ‘긴급재난지원금 확인’, ‘택배 배송 조회’ 등 특정 인터넷주소(URL) 클릭을 유도한 뒤 악성 앱을 깔아 돈을 빼가는 스미싱(문자메시지 해킹 사기)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틈타 서민 저리 대출이나 정부 지원 대출 등을 미끼로 범죄가 극성을 부려 피해 예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범죄는 수법에 따라 메신저나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으로 분류되지만 공통적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를 가지고 사람들을 속이고 심리를 압박해 큰돈을 편취한다”며 “보이스피싱은 주로 대출 미끼나 수사·금융기관을 사칭해 직접 만나 거액을 가로채며 피해액이 크게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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