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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강지현(편집부장)

기사입력 : 2021-02-16 19:53:47

그의 유년은 힘들었다. 전남 담양에서 농사짓다 상경한 부모는 가난했다. 할머니 포함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았다. 미래는 막막했다. 하지만 그는 늘 ‘더 나은 세상’을 꿈꿨다. 2남 3녀 중 맏이였던 그는 혈서를 써가며 독하게 공부했다. 대학에 들어가 빠져든 게임은 PC방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후 온라인 게임포털 한게임과 NHN을 거쳐 모바일 플랫폼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된다. 대한민국 벤처 1세대, ‘흙수저 신화’로 불리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얘기다.

▼김범수 의장은 국내 세 번째 주식 부자다. 그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10조원에 이른다. 그런 그가 지난 8일 설 연휴를 앞두고 깜짝 선언을 했다.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추산 기부액은 최소 5조원. 2019년 우리나라 500대 기업이 낸 기부금을 합친 금액의 2배 가까이 된다. 한국에서는 유례가 없는 개인 기부 규모다.

▼해외 부호들의 ‘통큰 나눔’은 낯설지 않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수십조에 이르는 재산을 내놨다. 이들이 설립한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자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기부 선언)’엔 200여명이 동참했다. 공항 면세점 사업으로 큰돈을 번 찰스 피니는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기부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와 전 배우자 매켄지 스콧,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도 기부왕으로 유명하다.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 일부다. 김범수 의장의 카톡 프로필 상태 메시지는 이 시에서 따온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다. 김 의장의 기부 약속이 우리나라 사업가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그가 만들어갈 ‘더 나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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