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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제왕절개의 허와 실

기사입력 : 2021-02-22 08:05:39

공중파 방송에서 해마다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감소한다는 소식과 함께 의사들의 제왕절개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내용들을 한 번씩 접할 것이다.

산부인과 전공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분만 의사로서 쉼 없이 달려오고 있는지라 유독 그러한 방송내용들은 더욱이 살아 숨 쉬는 것 같고 내 얘기 같아 귀가 쫑긋해지게 된다.

때로는 산모가 원해서 불필요한 제왕절개를 할지도 모른다. 거기에 더해서 의사들의 의료사고에 대한 불안으로 조금 더 시도하고 자연분만을 진행해 볼 수 있었음에도 제왕절개를 결정해버린 경우 부인할 수 없는 제왕절개율 상승의 한 요인일 것으로 생각이 든다.

제왕절개는 자연분만에 비해서 출혈량이 더 많고, 수술 후 통증이 더 심할 수 있으며 배에 흉터가 남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전 제왕절개술이나 자궁근종 제거술을 받은 경험이 있어 진통 시 자궁 파열 위험이 있는 경우나 난산으로 인해 분만 진행이 어려운 경우, 아기가 둔위나 횡위로 있어 위치 이상이 있거나, 태아곤란증, 전치태반 등의 이유가 있을 때는 그야말로 산모와 뱃속의 아기를 구해내는 정말로 대단한 수술 기술임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아 한 번씩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필자의 20여 년 전 전공의 시절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지금은 대학병원의 노교수님이 되어 은퇴가 임박한 교수님이지만 회고해 보건대, 그 당시는 40대 초반의 열정적인 교수님의 모습이었던 같다. 여러 의과대학생과 산부인과 전공의들 앞에서 그 산부인과 교수님이 우리들에게 질문 하나를 했었는데 아무도 대답을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기억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참으로 중요한 내용이기에 평생 기억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던지라 더 기억을 잘 하고 있다.

분만실에서 산과 의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뭐냐 하는 질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많은 사람들 중에 교수님의 원하는 답을 모르는 사람이 설마 없지는 않았겠지만 결국 교수님이 한참의 침묵 속에 본인이 원하시는 답을 본인이 말씀해 주셨다. 그 답은 제왕절개 시점을 결정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렇다. 불필요한 제왕절개를 시행해서는 절대로 안 되겠지만 제왕절개가 정말로 필요한 산모를 자칫 일반적으로 합병증이 더 적다고 자연분만 쪽으로만 가닥을 잡다가 산모와 아기가 위험해지면서 수술 시점이 늦어지는 우를 범해서도 아니 될 것이다.

출산율의 감소와 고령화 현상은 이제 우리에게는 친숙한 상황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여러 국가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임신의 결정은 말 그대로 각자의 결정에 달려 있어 앞으로도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혼과 함께 임신과 출산 연령의 증가로 인해 오히려 임신합병증은 증가하고 있어 임신 전후 병원 선택의 중요성이 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모두 다른 별이고 아름답듯이 숭고한 또 한명의 생명체가 태어날 때마다 자연분만을 시도해도 문제가 없는 분에게는 자연분만을, 산모와 아기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경우에는 제왕절개를 선택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혜안(慧眼)을 통해 새 생명의 기쁨을 늘 같이 나누는 산부인과 의사로 기억되기를 소망해 본다.

최진호 (모란여성병원 진료기획팀장·1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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