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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좋아] 마산용마고 씨름부

“내 똘끼로 씨름 관중들 매혹시키겠다”

김성률·이승삼·이만기·강호동

기사입력 : 2021-02-22 20:20:01

“2013년 이후 없었던 씨름 단체전 우승이 목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된 전국체전. 올해 1등 쟁취하겠다!”

“올해는 내 ‘똘끼(또라이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싶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암울했던 스포츠계가 무색할 만큼 창원 마산용마고등학교 씨름부는 올해 전국 씨름대회를 석권할 열정으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마산용마고는 20세기 우리나라 씨름 전성기를 이끈 ‘한국 씨름계의 거목’ 고 김성률, ‘털보장사’ 이승삼, ‘천하장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만기·강호동 그리고 ‘한라장사’ 모제욱을 배출한 경남 씨름의 명가다.

22일 오전 마산용마고 운동장에서 만난 정진환(45) 감독은 “전국체전, 도민체전까지 포함해 보통 한 해 10개 대회가 열리는데 작년에는 코로나19로 3개 대회만 열렸다. 그게 제일 아쉽다”며 “용마고가 2013년 학산배 단체전 우승 이후 단체전 우승이 없었다. 올해 목표는 단체전 우승, 그리고 전국체전 개인전 2체급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작년보다는 올해 선수가 더 보강돼 성적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22일 오전 마산용마고 실내씨름장에서 선수들이 균형 감각 향상을 위한 외발 씨름 훈련을 하고 있다.
22일 오전 마산용마고 실내씨름장에서 선수들이 균형 감각 향상을 위한 외발 씨름 훈련을 하고 있다.
22일 오전 마산용마고 실내씨름장에서 선수들이 균형 감각 향상을 위한 외발 씨름 훈련을 하고 있다.
22일 오전 마산용마고 실내씨름장에서 선수들이 균형 감각 향상을 위한 외발 씨름 훈련을 하고 있다.

정 감독의 목표와 열정은 학생 선수들에게서도 느껴졌다. 추위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이날 오전 마산용마고 씨름부 소속 15명의 학생들은 상의를 탈의한 채 이른바 ‘알통 구보’를 하고 있었다. “하나! 둘! 하나! 둘!” 구령 소리도 우렁찼다. 이들 대다수는 씨름선수는 뚱뚱할 것이다라는 편견이 무색할 정도로 탄탄한 가슴과 갈라진 복근, 소위 말벅지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고등부 기준 경장급(70㎏ 이하), 소장(75㎏ 이하), 청장급(80㎏ 이하), 용장급(85㎏ 이하), 용사급(90㎏ 이하), 역사급(100㎏ 이하), 장사급(135㎏ 이하) 등 체급에 따라 체형이 다르지만 이들의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혹독한 훈련의 결과다.

마산용마고 씨름부는 오전(09:30~11:30) - 오후(02:30~05:30) - 야간(19:30~21:30)으로 중간에 휴식시간을 둔 3사이클의 훈련을 한다. 오전 훈련은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다. 특히 용마고 씨름부는 1시간30분에서 2시간30분가량 소요되는 무학산~봉화산 코스의 산악훈련을 주 2~3회씩 한다. 이는 용마고 씨름부가 전통적으로 해오던 훈련으로 하체와 허리 강화에 필수다. 여기서 오전 훈련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곧바로 밧줄타기 훈련에 들어간다. 선수들은 4m 높이의 밧줄을 손의 악력만으로 오르내린다. 오후부터는 실전 씨름 연습이다. 이 같은 훈련은 야간까지 이어진다.

정 감독은 “전국적으로 용마고가 강하다고 소문이 나서 이곳으로 전지훈련을 많이 와 연습경기를 한다. 지난주에는 (경북 구미) 현일고, (부산) 반여고가 왔다갔고, (충남) 태안고도 곧 올 것이다”며 “올해 라이벌은 반여고다. 작년에 대통령기 대회에서 우승도 했고, 전력분석 결과 우리 팀과 비슷해 보였다”고 말했다.

정 감독과 마찬가지로 마산용마고 씨름부 학생들도 올해 씨름대회를 주름잡을 생각에 의기충천해 있다.

주장 이준수(18·용사급)군은 “상대방을 넘길 때 희열을 느낀다”며 “올해 전국체전 1등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키가 189㎝인 이 군은 같은 체급의 선수들 중에서도 큰 편이어서 밭다리 등 다리기술이 장기다. 지난해 씨름전국대회인 학산배 용사급 1위(금메달), 회장기 용사급 3위(동메달)를 했다.

마찬가지로 작년 학산배 경장급에서 1위(금메달)를 한 김도현(18)군은 “매년 열심히 했는데, 지난해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돼 기회를 놓친 게 아쉽다”며 “올해 목표는 못해도 전국대회에서 1등을 두 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오전 마산용마고 실내씨름장에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2일 오전 마산용마고 실내씨름장에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씨름과 예능을 제패해 ‘제2의 강호동’을 꿈꾸는 재기발랄한 학생도 있다. 현재 용마고 씨름부의 유일한 장사급 선수인 이창범(17)군이다. 이 군은 지난해 무관중으로 열린 씨름대회가 못내 아쉽다고 했다. 훈련 중에도 이따금 괴성에 가까운 기합소리를 외치는 ‘끼 많은 소년’은 관중을 열광시킬 기회를 지난해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이 관중이 참여하길 바라며 자신의 혼이 담긴 ‘세리머니’를 연마 중이다.

이 군은 “작년에 아쉬웠다. 1학년 때 제일 (경기 성적) 부담없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시기인데 그걸 못해서 아쉬웠다”며 “올해는 내 똘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글= 안대훈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성승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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