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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시유지 20년 무상사용 만료’ 경남문학관 방향은

‘예산 부족·시설 노후’ 경남문학관 정상화 열쇠는 ‘도립화’

기사입력 : 2021-03-09 20:34:02

경남문학관은 지난 1월 3일을 마지막으로 창원시 부지 무상 사용 기간이 만료됐다. 경남문학관은 2001년 1월 설립 당시 진해시(現 창원시)와 20년간 부지를 무상 사용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대부료는 경남도가 납부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이제 창원시 부지에 경남문학관 이름으로는 무상 임대 연장이 어려워졌다. 문인들은 명실공히 경남 위상에 걸맞은 문학관으로 자리 잡길 바라고 있다. 경남문학관이 걸어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경남문학관 전경./경남신문DB/
경남문학관 전경./경남신문DB/

◇경남문학관 현주소= 경남문학관 건립은 1998년 경남문인협회(당시 회장 전문수) 회원의 염원으로 시작됐다. 당시 경남도비 5억원과 경남 문인 성금 1억원을 모아 사업비 6억원을 확보했다. 창원시 진해구에 2000년 11월 착공, 2050㎡ 부지(건축면적 402㎡)에 2층 규모로 지어졌다.

경남문학관은 경남문인협회에서 위탁 운영되고 있다. 작고·출향 문인과 도내 거주 문인들의 저서, 사진, 지역문예지, 동인지 등 3만여점이 넘는 문학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1916년 현토고문진보, 1920년 개벽지 등 희귀본과 문예지 창간호 800여점이 소장돼 있다. 문인 육필원고와 작품집도 200여점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경남문예대학. 상·하반기 1년 과정으로 시·수필 창작반이 18년째 운영되고 있다. 작고 문인 심포지엄, 코로나 극복 응원 시화전 등 문학행사도 진행 중이다. 경남문학연구지, 경남문학관 리뷰지, 기획전 사화집도 발간되고 있다. 소장 유물 체계화 등 공모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경남문학관은 전국 최초 도 통합문학관이라는 상징성에 비해 초라하다. 노후화된 시설로 매년 물난리를 겪으며 임시방편식 처방에 급급하고 있다. 귀중한 장서들은 예산이 없어 부식되고 있다. 지난달 찾은 경남문학관에는 실제 장서들이 1960년대까지만 전시돼 있었다. 나머지 연도의 장서들은 제대로 된 보관 공간이 없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늘어나는 자료도 전시할 공간이 협소해 확장이 절실하다.

정이경 사무국장은 “20년 전 경남문학관은 획기적이었다. 지금 전시공간은 옛날 방식이다. 타 문학관은 영상자료실, 북카페, 수장고가 갖춰져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한국문학관협회 등록 문학관을 가보면 시설은 좋지만 경남문학관 자료들과 비교가 안 된다. 희귀자료를 영구 보존하기 위한 마이크로 필름 작업화와 수장고 시설 설비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남은 개인의 이름을 건 문학관이 많지만 돌아가신 분들의 유품 중심이기 때문에 자료가 한시적이다. 회원, 출향 문인 등 도내 문인 모두 안고 가야 하는 경남문학관은 자료가 방대해 더욱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층 전시실 작고 문인 코너.
1층 전시실 작고 문인 코너.

◇국내 문학관 현황= 한국문학관협회에 등록된 국내 문학관은 총 88곳에 달한다. 서울 8곳, 강원 10곳, 경기·인천 10곳, 경남 13곳, 부산 3곳, 경북·울산 9곳, 전남·전북 17곳, 충청 17곳, 제주 1곳이다. 광역시 6곳 중 4곳은 공립문학관이 있다. 대전은 대전문학관(2012년), 인천은 한국근대문학관(2013년), 대구는 대구문학관(2014년)을 운영 중이다. 이들 문학관 1년 예산은 4억5000만원~7억원 수준이다. 울산시 울주군이 직영하는 오영수문학관(2014년)은 3억원이다. 광주문학관은 150억원을 들여 올 하반기 착공된다. 부산은 공립문학관이 없다. 2016년 문학진흥법 제정 이후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는 공립문학관 설립에 적극적이다. 현재 경남문학관과 전북문학관이 운영되고 있다. 충북문학관과 전남문학관은 설립 검토 중이다. 제주문학관은 6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2020년 경남문학관에 지원된 예산은 총 7000만원(창원시 3500만원·경남도 3500만원)이다. 올해는 대부료 3400만원을 포함해 1억1400만원(창원시 3500만원·경남도 7900만원) 지원된다. 타 공립문학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전북문학관은 그나마 여건이 나은 편이다. 전북문학관은 2012년 옛 도지사 관사 자리에 터를 잡았다. 장서는 경남문학관의 6분의 1 수준인 5000여점이 소장돼 있지만, 한 해 인력·운영비만 2억원이 투입된다. 2023년께 부속 건물이 4층 규모로 신축될 예정이다.

송일섭 학예사는 “경남은 유명한 작고 문인을 비롯해 현존 문인들이 많다. 전북문학관보다 두 배 많을 거다. 경남문학관이 도립화되면 예산·조직을 비롯한 시민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열악한 환경이 개선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1층 전시실 출향 문인 코너.
1층 전시실 출향 문인 코너.

◇문학관 난제 ‘도립화’= 경남문학관은 지난 1월 3일자로 창원시 부지 무상 사용 시기가 끝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건물과 부지가 창원시 소유로 돼 있지만, 예산은 경남도와 창원시 두 기관에서 지원받고 있다. 경남도는 향후 5년간 대부료 예산을 편성한다는 방침이지만, 그때까지 유효하리란 보장이 없다. 내년 운영마저 불안한 상황이다. 경남 문인들은 문학관의 시설·재정적 어려움을 풀 열쇠로 ‘도립화’를 꼽는다. 시립화는 창원지역 문학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서일옥 관장은 “경남문학관은 매년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물난리를 겪는다. 전시실 책장도 누수로 인해 뒤틀려 교체를 해야 한다. 문인들의 후원금으로 근근이 시설 보수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창원시 전역 도로 표지판에 문학관 안내 간판·이정표 하나 없어, 탐방객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홈페이지와 모바일을 연계한 구축 작업도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청소년·지역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체험공간 확보를 위해 문학관을 증축할 필요가 있다. 경남도가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운영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경남도 광역문학관으로 변경하기 위한 후속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내 한 문인은 “창원에만 문학관이 4곳 있는데, 진해에 문학창작촌이 들어선다고 한다. 문학관이 너무 많으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고 예산도 많이 들어간다. 각 문학관마다 특성있게 운영되고 있어 시너지 효과는 낼 수 있겠지만, 이왕이면 기존 문학관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문인은 “경남문학관이 가장 먼저 생겼는데, 지금은 다른 문학관보다 못한 꼴이 됐다. 운영비도 매년 구걸해야 할 처지다. 문학관은 후학을 양성할 수 있는 자료가 모인 문학 박물관이다. 도립이 되면 책임도 커지고 직원도 파견해야 하니, 그걸 피하려니까 쉽지 않은거다. 법이 지정돼 안 된다고만 할 게 아니라, 문학이 발전하는 쪽으로 법을 고쳐가며 지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2층 세미나실. 경남문예대학 강좌가 열리는 곳이다
2층 세미나실. 경남문예대학 강좌가 열리는 곳이다

경남문학관 정체성이 정립되려면, 경남도와 창원시가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개축 통한 시설 보강, 예산 확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창원시 관계자는 “문학관이 경남도에서 대부료를 받아 우리한테 주는 방식은 향후에도 맞지 않다. 시립문학관도 있는데, 경남문학관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남도가 소유권을 받아 시설·운영비를 직접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무상 전환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고려해 경남도와 협의 중이다”고 설명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남문학관 방향은 문인협회와 의논해 맞춰나가야 할 부분이다. 창원시 고유재산 관리 계획이 있기 때문에 단 시일 내 결과를 내기 힘들다. 문학관 장소와 운영 주체의 문제를 연계해 고민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글·사진=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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