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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차박: 멈추면 비로소 생기는 ‘나만의 공간’

5성급 호텔 안부럽다… 멈추는 그곳에서 ‘6성급 힐링’

기사입력 : 2021-04-22 21:12:55

집콕서 벗어나고 싶다면... 언제든지 ★★★★★★

나만의 휴식공간 찾아서... 어디든지 ★★★★★★

차 시동 걸고 고~고!... 간편하게 ★★★★★★


지난 20일 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항 주차장에서 안대훈(왼쪽)·도영진 기자가 ‘차박’을 하고 있다. 두 기자와 차량 너머로 진동방파제에 설치된 경관조명이 반짝거리고 있다./이솔희 VJ/
지난 20일 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항 주차장에서 안대훈(왼쪽)·도영진 기자가 ‘차박’을 하고 있다. 두 기자와 차량 너머로 진동방파제에 설치된 경관조명이 반짝거리고 있다./이솔희 VJ/

코로나19 사태로 이른바 ‘집콕’과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혼자 살든 여럿이서 살든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집에서 잠시 벗어나고픈 마음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집을 나서더라도 ‘머무를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언제든 ‘나만의 공간’이 돼주던 카페뿐만 아니라 PC방, 노래방, 모텔방 등은 코로나19 이후 쉽사리 발걸음이 향하지 않는 곳이 됐습니다.

자연스레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캠핑을 떠나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하지만 캠핑은 만만치 않습니다. 캠핑장 물색부터 예약, 그리고 하룻밤을 보내기 위한 취사 준비까지 이것저것 고민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거창한 여행이 아닌, 잠시 숨 돌릴 공간이 필요했을 뿐인 ‘캠핑의 ㅋ자도 모르는 캠린이들’은 캠핑을 준비하다가 숨 넘어갈 판입니다.

그래서 차만 있으면 (차 없는 사람들에겐 죄송한 말이지만) 가능한 ‘차박’이 유행입니다. 차박은 무엇일까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어원이 편찬하는 사용자 참여형 사전인 우리말샘은 차박을 “여행할 때에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름”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차박의 매력은 간편하다는 데 있습니다. 언제든 시동을 걸고 출발, 어디든 시동을 멈추고 도착하면 ‘나만의 머무를 공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차박이 유명해지긴 했지만, 예전부터 차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대상이었습니다.

“차는 집보다 저렴하면서도 완전한 사적 공간을 소유하려는 사람들의 선택이다… 뚜벅이가 연애할 때 어려운 것은 이동이 어려워서가 아니고 그들만의 공간이 없어서다”

tvN 알쓸신잡2 출연으로 유명세를 탄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지난 2018년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저널’에 쓴 ‘한국인은 왜 그렇게 카페, 노래방, 편의점을 좋아할까?’ 글에서 이 같이 밝히기도 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멈추면 비로소 생기는 나만의 공간을 찾아, ‘차박’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지난 2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광암항 주차장에서 도영진(오른쪽)·안대훈 기자가 차박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민 A씨
지난 2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광암항 주차장에서 도영진(오른쪽)·안대훈 기자가 차박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솔희 VJ/

◇차박 초보자, 어떻게?

차박은 차 안에 성인 1명 이상이 누울 평평한 공간을 만드는 게 1번입니다. 경차, 승합차, SUV 등 대다수 일반 차량은 뒷좌석 등받이를 앞으로 접어, 이런 공간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좌석과 트렁크 간의 높낮이 차이는 대개 에어매트를 깔아 평평하게 만듭니다.

초보자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차박의 세계에 뛰어들 분들이라면, 차를 아예 캠핑카로 개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가능했던 캠핑카 개조가 정부의 튜닝규제 완화로 지난해 2월부터 모든 차종에도 허용됐습니다.

실제 지난 16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20년 자동차 튜닝 분석 결과’를 보면, 튜닝 항목 중 캠핑용 자동차 튜닝 건수는 지난해 7709건으로 전년 2195건과 비교해 3배 넘게 늘었습니다.

소소하지만 차박의 질을 높여줄 간단한 준비물도 있습니다. 식사를 할 수 있는 접이식 소형 테이블과 의자, 예쁜 알전구 등입니다. 음식은 직접 취사하기보다는 도시락을 직접 싸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올 것을 추천드립니다.

최근에는 차박 명소로 이름 난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곳도 많습니다. 해당 장소로 떠나기 전 이를 체킹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차량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 내부를 누울 수 있게 평평하게 만든 뒤 그 위에 러그를 깔았다. /도영진 기자/
차량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 내부를 누울 수 있게 평평하게 만든 뒤 그 위에 러그를 깔았다. /이솔희 VJ/
지난 2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광암항 주차장에서 안대훈 기자가 차 안에 누워 차박을 즐기고 있다. /도영진 기자/
지난 2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광암항 주차장에서 안대훈 기자가 차 안에 누워 차박을 즐기고 있다. /이솔희 VJ/

◇차박 에티켓

차박 인구가 늘어나면서 차박 에티켓이 중요해졌습니다. 특별한 에티켓은 아닙니다. 차박을 하는 장소의 현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쓰레기 투기와 야음을 틈 탄 노상방뇨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쓰레기는 다시 가져와야 합니다.

한껏 볼륨을 높인 목소리 또는 음악소리는 소음에 가까우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차박하는 사람들에겐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지만, 주민들에게 그곳에서 내일도 모레도 일상 생활을 해야 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차박 안전 5계명 - 〈한국관광공사 정책뉴스 참고〉

1. 보온용품으로 낮과 밤 온도차에 대비한다.

2. 국립공원, 사유지, 임도 등 야영이 금지된 곳에 들어가지 않는다.

3. 강, 호수 주변 등 침수 위험이 있거나 경사진 곳에 주차하지 않는다.

4.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화재의 위험이 있는 행위(음식 조리, 난방, 불멍)는 하지 않는다.

5. 밀폐된 차 안에서 불을 피우거나 에어컨, 히터를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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