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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8)시즌Ⅱ 움직임 ③ 양산 배내골마을공동체지원센터사회적협동조합

“22년 주민자치 경험 살려 ‘배내골 브랜드’ 함께 고민해요”

기사입력 : 2021-05-02 20:28:52

“다음주 화요일 오전 9시 공동 감자밭에서 싹이 누워 난 감자를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지난번 이끼 개발 상품들은 보관이 어려워서 화요일 모일 때 나눠드릴 테니 분산 보관을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월요일에는 이사장님과 사무국장님께서 화원 가신댔죠? 이끼와 같이 심을 수 있는 수생식물들을 여러 종류 보고 오시면 좋겠네요.”

사람들이 모여 밭일을 할 날짜와 이끼 배분, 회계 처리 논의까지 크고 작은 안건을 함께 논의한다. 지난달 16일 양산시 원동면 배내골의 한 식당에서 열린 배내골마을공동체지원센터사회적협동조합(배사협) 이사회에서 오고간 이야기다.

배내골은 마을의 강 주변으로 돌배나무가 많고 물이 배만큼 달아 붙여진 지명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아이를 품은 엄마 배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단 말도 있다. 어떤 이야기든 빼어난 풍경에 둘러싸여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는 뜻. 배내골 사람들은 이곳에서 오래도록 살아가며 이 자연환경을 나누려는 목표를 갖고 한데 뭉쳐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배내골 자연환경 맞춰 사회적경제조직 결성
지역 숨은 이야기 알리며 로컬관광 활성화

배내골 청정 이미지 접목 ‘이끼 정원’ 제작
가정용 체험 키트·온라인 쇼핑몰 구축 진행

폐교에 문화 공방·농산물 가공공장 등 설치
문화와 로컬푸드 함께하는 공간 조성 계획

배내골에만 나는 권달비 등 약초·버섯 등
계절별 꾸러미 농산물 상품도 선보일 예정

양산시 원동면 배내골 녹색연구소에서 하선근 이사장 등이 가정용 이끼정원을 제작하고 있다.
양산시 원동면 배내골 녹색연구소에서 하선근 이사장 등이 가정용 이끼정원을 제작하고 있다.

◇22년간 일군 주민자치의 결실= 지난 2000년, 맑은 물이 제일가는 자랑이던 배내골에 밀양댐 건설이 추진되면서 이를 반대하기 위해 밀양댐반대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밀양댐은 추진됐고 댐 상류지역 배내골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후 배내골 반대추진위는 주민위원회(주민자치위원회)가 됐고 현재는 배내골의 고점·대리·선리·장선·태봉마을 5개 마을 이장이 운영위원이 돼 꾸려나가고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에 펜션이 많이 들어섰지만 물자원 보호로 인해 입수가 금지되며 펜션을 찾는 사람들도 주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했기에 마을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많았다. 2018년에는 쌍포마을까지 합한 ‘배내골 권역’ 단위로 지역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소통·화합하고 경제 활성화를 이뤄내보자는 뜻에서 사회적경제조직을 만들었으며, 2019년 사회적협동조합, 문화부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금까지 함께 목소리를 내고, 활동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셈이다.

가정용 이끼정원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
가정용 이끼정원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

이들은 먼저 배내골 고유의 관광 문화를 만드는 데 의기투합했다. 배내골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짓고 마을문화관광해설과정을 개설해 배내골 주민들이 직접 관광객들에게 지역 곳곳의 숨은 이야기를 알려주며 로컬 관광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던 배내골의 역사·문화콘텐츠를 배우고 향후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거리를 논의하고 고민했다.

배사협 손현숙 사무국장은 “20년이 넘게 지역을 위해 의견을 모으고, 각 마을들 가운데 휴양체험마을, 정보화마을기업 등 사업을 추진해 본 경험 등 주민자치의 이력이 있어 일찌감치 사회적경제조직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다”며 “2018년 양산시 제1회 사회적경제 아카데미 과정, 사회적경제전문가과정을 이수하면서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공부도 하고 사업에 대한 고민도 꾸준히 했다”고 밝혔다.

◇나만의 이끼정원 개발 박차= “계속 이끼가 사라져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박새가 아침에 물어가더라고요. 수를 써야겠습니다” 배사협 김성달 이사가 배내골 녹색연구소 앞 야외에 기왓장과 어항 내에 장식된 이끼를 가리키며 말한다. 박새가 물고간 고운 이끼들은 배사협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숙박·축제 등 모든 것이 중단되자 배내골의 청정 이미지를 알리면서도, 체험활동이 가능한 아이템들을 찾아 시장조사를 했다. 그 결과 선택된 것이 이끼다. 코로나 확산과 미세먼지 등으로 사람들이 실내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실내 공기정화 식물의 인기가 높아진 데 주목했다. 특히 이끼는 일반적 공기정화 식물과 비교해 산소배출량이 800~1000배에 달해 공기정화 능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조합원들이 관광박람회 등지에 소개할 작품을 직접 만드는데 제작도 어렵지 않다고 했다. 기왓장 등에 숯과 배양토를 올리고 이끼와 돌, 물을 좋아하는 식물을 정원 혹은 숲을 가꾸듯 배치하는 것이 전부. 배내골의 송림숲을 떠올리며 만든 작품에 작품명을 꽂아 마무리한다. 벽면에는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스칸디아모스로 만든 시계와 액자가 전시돼 있다. 순록의 먹이가 되는 이 이끼는 습도조절 역할도 한다.

스칸디아모스로 만든 시게와 액자.
스칸디아모스로 만든 시게와 액자.

하선근 이사장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배내골의 청정한 이미지와도 잘 맞고, 공기정화·스트레스 완화 등 배내골이 현대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야외에 나가기 어려운 지금과 같은 때 집안에 놓아두면 작은 정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개발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대면 체험활동이 힘들어진 만큼 집에서 스스로 이끼정원을 만들 수 있는 이끼정원 가정용 체험 키트를 준비 중이다. 관광사업체 공모사업 2차 사업개발비로 온라인 쇼핑몰도 구축할 예정이다.

가정용 이끼정원.
가정용 이끼정원.

◇배내골 농산물도 특별하게=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배내골은 각종 규제가 적용되는 지역이어서 주민들의 생업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회적경제조직을 만든 것도 공동브랜드로 관광이나 농업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 이사장은 “60곳 농가가 재배하는 배내골 사과는 밀양 얼음골처럼 기후상으로 고랭지형으로 기온차가 심해 과육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하고 맛이 특별하기로 유명하고 품질이 우수하다며”며 “친환경 농산물로 1,2차 가공을 거쳐 잼이라든지 주스를 만들어야 고소득을 낼 수 있지만 생산 인허가가 나지 않아 순수하게 농사지어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노상 판매 방식으로만 판매해왔기에 브랜딩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사협은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돼 사과 브랜드 개발비를 지원 받아 브랜드 로고 제작, 박스 디자인 등을 한 데 이어 다른 지역 가공공장을 이용해 완제품을 만들고, 농산물 꾸러미를 만드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손 사무국장은 “어곡초 폐교를 활용해서 문화창작 공방과 지역 농산물 가공공장, 판매장을 설치해 문화와 로컬푸드가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해 액션그룹으로 참여하려고 한다”며 “배내골에서만 나는 권달비 등 약초와 버섯, 미나리 매실 등 계절별 꾸러미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도 배내골의 깨끗한 자연을 지켜나가며 사람들과 지속가능하게 자연을 나누고 공동체의 이익을 찾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배사협 김성달 이사는 “살기 좋은 조건을 갖춘 배내골의 장점을 사회에 되돌려주고, 휴식을 위해 찾아오는 도회지 사람들에게 지역민과 같이 어울리며 지낼 수 있는 판을 깔아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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