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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교육청 ‘관급자재 몰아주기’ 심각

도교육청, 2017~2019년 실태조사

창호·조명 등 특정업체 편중 구매

기사입력 : 2021-05-05 20:59:48

도내 모 교육지원청이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벌인 지역 학교의 노후 창호 교체 사업에 소요된 공사 금액은 총 22건에 14억원가량이다. 그런데 한 특정 업체가 이 중 20건의 공사를 독식하며 12억원가량을 발주 받았다. 전체 공사의 86%를 한 업체가 맡아 경남도교육청의 관급자재 구매기준(품목별 발주 금액 상한선 40%)을 두 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

경남도교육청이 이처럼 관급자재 구매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밀어주기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사례를 적발해 수사기관에 넘겼다. 도교육청 감사관은 특별점검반을 구성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교육지원청 관급자재 업무담당 전·현직 공무원 7명과 업체 28곳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5일 밝혔다.

경남도교육청 전경./경남신문DB/
경남교육청 전경./경남신문DB/

특별점검반은 전문 인력과 사이버 감사팀, 외부 위촉 건축사 등으로 구성돼 지난해 11월 11일부터 올해 3월 12일까지 4개월에 걸쳐 활동했다. 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구매한 공사 관급자재 중 금액과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속제창(창호) 등 10개 품목에 대해 구매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한 업체와 품목별 발주 금액을 40% 이상 넘지 못하도록 한 도교육청의 관급자재 구매기준을 위반해 특정 업체에 편중 구매한 전·현직 업무담당 공무원 7명과 해당 업체 28곳을 확인했다. 적발 사례 중에는 60~80%를 넘기며 위반 정도가 심각한 곳도 나왔다.

모 교육지원청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지역 학교 체육관 조명기구 교체 공사에 63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이 중 40억원가량을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 전체 공사의 63%에 해당한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10월 박종훈 도교육감이 공사 관급자재 비리 근절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창원교육지원청이 발주한 옥상 방수 공사와 관련, 부정 하도급 논란이 일자 박 교육감이 차제에 모든 교육지원청을 대상으로 조사를 지시했다. 창원교육지원청은 옥상 방수 공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도교육청 감사관은 이번 특별점검에서 적발된 업무담당 공무원과 해당 업체의 구매 지침 위반이 특혜 제공과 유착 등으로 이어졌는지 수사 의뢰를 통해 위법행위 여부를 규명할 예정이다. 또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자체 징계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민재 감사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공사 관급자재 납품 비리를 근절하고 그간 비리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업무를 수행해온 대다수 공무원이 소신과 긍지를 가지고 근무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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