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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휘부가 경찰관 백신 접종 강요”

도내 한 경찰관, 국가인권위에 진정

“부서별 실적 비교해 경쟁 부추기고

기사입력 : 2021-05-09 21:28:06

정부가 경찰 조직 등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한 가운데 도내 한 경찰관이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요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김해중부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인 김기범 경사는 9일 경남신문과의 통화에서 “경찰에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과정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김 경사는 지난달 30일 인권위 홈페이지를 통해 ‘김창룡 경찰청장과 이문수 경남경찰청장이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라는 취지의 진정을 냈고 지난 6일 경찰 내부 통합 포털 게시판 ‘폴넷’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경찰 지휘부가 백신 접종 여부를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과연 자율인지 의문이 든다”며 “경찰서끼리 또 내부 부서끼리 실적을 비교하며 경쟁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기저질환이나 다른 사유 등으로 접종을 거부하는 경찰관에 대해 인사권자들이 면담하고 있다. 사유서를 내라는 곳도 있었다”라며 “접종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없는 데다 면담 자체가 심리적 압박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실적 쌓기에만 급급한 백신 접종을 비판하며 “지난달 26일 본청장께서 전국화상회의를 통해 접종 예약률이 낮은 지방청을 나무라는 내용이 있었다. 지방청은 각 경찰서를 나무랐고 경찰서는 접종률이 낮은 부서를 지적하며 접종 거부자에 대한 면담이 시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청은 지난달 26일 백신 접종에 들어간 이후 사전 예약률이 낮은 시도 경찰청에 간부급 책임관을 파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관이 백신 접종 후 뇌출혈을 진단받거나 한동안 의식을 잃는 사례가 나오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휘부가 백신을 강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김 경사는 경찰 내부 분위기에 대해 “개인마다 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부작용 등 불안에 대한 분위기는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 부작용을 염려해 예약해놓고도 안 맞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관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자식이고 아버지이고 남편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로 국민으로서 기본권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그는 인권위 진정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했다.

김 경사는 “백신의 사회적 명분은 공감한다”면서도 “접종을 한 경찰관과 하지 않은 경찰관으로 갈라서는 안 된다”고 염려했다. 김 경사는 “백신 접종 독려 과정에서 인권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어떤 시책을 시행하면서 숫자로 경쟁시키고 실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 과정이 문제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는 김 경사의 진정에 따라 조사관을 배치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 제기된 ‘백신 강요’ 논란에 대해 향후 인권위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백신 접종./경남신문 자료사진/
백신 접종./경남신문 자료사진/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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