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가고파] 온기- 조고운(광역자치부 차장대우)

기사입력 : 2021-05-10 20:06:54

외로움의 끝, 돈을 내고 소를 껴안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소 포옹 체험 농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사람의 체온을 느끼기 어려워진 이들이 소의 온기라도 느끼고 싶어 줄을 선다는 것이다. 긴 시간 고립된 생활을 하다가 무릎에 안긴 소의 체온을 느낀 순간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마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온기가 부족해진 사람들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나무 포옹하기’ 캠페인을 벌여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숲 속에서 나무를 껴안는 사진을 찍어서 SNS를 통해 공유하며 서로 위안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스스로를 안아주는 ‘나비포옹’ 캠페인이 진행됐다. 두 팔을 벌려 X자로 교차하고 가슴에 얹은 뒤 양 손바닥으로 어깨를 토닥토닥 번갈아 두드리며 자신을 격려하고 응원하자는 뜻이다.

▼우리가 소를 쓰다듬고 나무를 껴안고 스스로를 안는 이유는 긴 시간 비접촉 소통에 지쳤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소통과 접촉을 통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을 배출한다. 옥시토신은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상대와의 신뢰감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는 반면 부족할 경우 불안감과 강박감,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최근 정부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우울 지수의 평균 점수는 5.7점(최고점 27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당시의 2.3점에 비해 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낙관적인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 사회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내일을 위해 또 다른 온기를 찾아야 한다. 어쩌면 그 답이 어제보다 더 따뜻한 목소리와 말 한마디일 수도 있을 것이다.

조고운(광역자치부 차장대우)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