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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건설사, 자재값 급등에 ‘경영 직격탄’

철근·레미콘 등 수급난에 공기 차질

최근 4개월간 24곳 공사 중단돼

기사입력 : 2021-05-10 20:45:46

#도내 A건설사는 올해 공공발주를 받은 공사가 한 달 넘게 중단됐다. 토목과 건설현장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SD400 철근이 20여일간 수급이 되질 않았고, H형강도 2주간 구하지 못하면서다. 공사 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다보니 공기를 맞추기 어려워 공기연장을 발주처 요청해 협의하고 있다.

#도내 B건설사는 관급자재대상인 레미콘을 조달받지 못해 40여일간 공사가 중단됐다. 어쩔 수 없이 공기연장을 신청했으나 발주처는 승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도내 건설사들이 공사 현장에 필요한 자재를 구하지 못해 도내 일부 공사가 중단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근, H빔(형강), 레미콘, PHC(고강도콘크리트 파일) 등 대부분의 자재들의 수급이 불안정하며 가격이 급격히 오름에 따라 당분간 자재난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철근·H빔 등 각종 건설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도내 한 건설현장./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
철근·H빔 등 각종 건설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도내 한 건설현장./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

10일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자재 수급 불안으로 인한 공사 차질 현황’을 조사한 결과 도내에서는 3~4월 동안 6곳에서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2월에는 18곳에서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많은 공사가 중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 관계자는 “실제로 자재난을 겪는 공사현장이 많아 정부에 지원 건의해달라는 호소 전화도 많이 오는데 발주처와의 관계나 공사진행을 염두해 현황 제출을 꺼리는 회사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며 “일부는 자재 부족 상황에서 일단 확보된 자재의 시공을 먼저 하는 등 시공순서를 조정해 공사 중단에는 이르지 않게 한 곳도 있을 것이지만 자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건 매한가지다”고 말했다.

자재 가격 상승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중국 칭다오항 기준 (CFR) 철광석 가격이 지난 6일 t당 201.88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t당 2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철강의 원재료가 상승했으며, 제강사들이 물량을 조정하고, 중국산 H빔 등의 수입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수급도 어려워졌다. 또한 시멘트의 경우 제조사들의 보수기간 늘고, 운송수단도 줄면서 가격이 올랐다. 고강도콘트리트파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사 급증으로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지난 4월 30일 발표한 3월 건설공사비지수동향에 따르면 올해 건설공사비지수(2015년 기준)는 125.93(P)로 1년 전보다 6.6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연속 상승률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건설사들은 공사지연에 대한 책임을 전가받거나 자재의 상승된 가격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며, 자재난 해소 기미가 보이질 않아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발주처로부터 관급자재를 제때 납품받지 못해 공기연장을 신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자재를 구할 때까지 공기가 연장돼도 인건비 등 비용을 청구하지 못해 이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H빔 물건이 있는데도 제강사가 물량을 잠가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공사를 진행해야 하니 상승한 가격으로 지불하고 있다”며 “자재를 구하지 못하는 현장 상황을 발주처에서도 이해하지만 자재 시중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바로 추가 비용 지불할 수 없고, 시중 가격 반영이 늦은 물가정보지에 근거해 반영이 이뤄지기에 온전한 상승분을 받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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