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희망나눔 프로젝트] (68) 할아버지 같은 아빠와 12살 동혁군

하루 만원으로 생활… 이 하나도 없지만 틀니·임플란트는 꿈

중1 아들 홀로 키우는 백발의 아빠

기사입력 : 2021-05-12 08:03:36

“내가 음식을 잘 못하니까, 매일 한 끼는 편의점에서 사다 먹여요. 좀 더 어릴 땐 김에 계란찜을 잘 먹더니 요샌 그것도 안 먹어서….”

올해 중학교 1학년인 동혁군(12·가명)은 아빠와 53살 차이가 난다. 할아버지와의 나이차라 해도 무리 없는 나이다. 머리카락이 새하얀 아빠 규석(65·가명)씨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홀로 키워왔다. 당시만 해도 파출부 용역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내 아이 한 명 먹여 살릴 수 있겠다 자신 했었지만 왜소한 체구에 아이를 업고 밤늦게까지 일하며 급격히 쇠약해졌다. 지금은 이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말간 죽밖에 먹지 못하다보니 영양상태가 갈수록 나빠져 면역력도 약하고, 원래 좋지 못했던 소화기관도 자주 탈이 난다.

지난달 28일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사는 부자와 구청 사회복지 담당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28일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사는 부자와 구청 사회복지 담당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일을 할 수 없는 몸상태지만 아들을 챙기는 데는 열심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들을 씻겨 학교를 보내고 집안일을 하는 건 아빠 규석씨의 몫. 그렇지만 여전히 요리는 능력 밖이다. 12살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해내긴 더욱 힘들고, 해도 잘 먹지 않는단다. 여기에 사춘기가 겹쳐 부자의 거리가 부쩍 멀어졌다. 동혁군 나이 때 지게를 지고 산에 나무를 하러 다녔던 시절을 생각하는 아빠는 한창 자라 영양이 중요할 나이, 잘 안 먹는 아들에 속이 탄다. 원래 방과후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도 하고 저녁도 해결하고 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저녁을 해결하지 않고 오면서 끼니를 챙기는 것이 더 버거워졌다.

“가끔은 비싼 피자를 먹고 싶다고 사달라고 졸라요. 어떨 땐 하도 안 먹어서 용돈을 줄 테니 먹으라고 할 정돕니다. 저도 요리를 못하고 맛있는 것 사 줄 형편이 못 되니 답답하기만 하죠.”

유전적 영향인지, 집밥을 잘 먹지 못하는 탓인지 동혁군은 출혈성 위염과 비특이성 장간막 림프절염으로 지난 4월 말 열흘간 병원에 입원했다. 본인도 몸이 좋지 못한 규석씨가 간호를 도맡았다. 규석씨가 올해 만 65세가 되면서 달마다 국민연금 35만원과 기초수급 26만원을 함께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이렇게 한 번 입원하면 기초수급자 할인을 받아도 생활비 절반이 날아가 5월에는 두 명이 하루 만원으로 살아가야 한다. 동혁군이 중학교에 가면서 이것저것 드는 돈도 많아졌다. 하루가 다르게 동혁이가 크면서 옷이나 신발도 사야하고 준비물, 학습지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제대로 못 먹고, 말도 어눌해져 의사전달이 힘들지만 임플란트와 틀니는 꿈도 꿀 수 없는 이유다. 아빠는 이때문에 도움을 받게 되면 허약한 부자의 예비 병원비로 쓰고 싶다고 했다. 나이 든 자신과 벌써부터 자주 아픈 어린 아들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노후에 도움을 받을 곳도 전혀 없다.

동혁이는 이런 아빠의 어려움을 이해하는지 공부를 착실히 한다. 특히 깊게 탐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과학이 재밌고, 체육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장래희망도 야무지다.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커서 경찰이 되고 싶어요. 범죄자를 잡는 게 영웅과 같이 멋져보여서요. 그리고 여행을 못가봐서 우리나라 전국일주도 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도움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2021년 4월 7일 18면 ‘매일 라면 먹는 김해 세 자매’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111만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슬기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