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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한산도 다리의 의미-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기사입력 : 2021-05-13 20:09:09

한산도 주민들은 육지와 한산도를 잇는 다리를 ‘꿈의 다리’라고 불렀다. 아무리 꿈꾼들 결코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이 내포된 말이다. 공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한산도 다리 계획이 제대로 등장한 것은 2002년 지방선거 때가 처음이었다. 시장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의 여러 공약 속에 한산도 연륙교 계획이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이 공약이 꽤 잘 먹혔는지 이후 선거 때마다 도지사,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시의원 출마자들이 한산도 연륙교를 확언했고 장담했다. 그러나 선거만 끝나면 흐지부지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이름 붙은 것이 ‘선거의 다리’다.

2011년 정부가 한산도 연륙교 계획의 타당성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당시 검토된 것은 통영시 정량동 매일봉~방아섬~화도(거제)~한산도 관암~추봉~거제 학동으로 이어지는 노선이었다. 용역 결과 B/C 0.65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마디로 인구 1000명 남짓한 한산도에 다리를 놓는 일은 경제성이 없다는 보고서였다. ‘이것은 안 되는 일이요’라는 공인만 받고 말았다.

그러던 한산도 다리가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거제시 연초면에서 끝나는 국도5호선의 기점을 한산도를 거쳐 통영시 도남동으로 변경하는 국가간선도로망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이 도로망에는 거제 동부면과 추봉도를 다리로 잇고 한산도와 통영 도남동 구간에도 다리를 놓는 계획이 포함됐다. ‘꿈의 다리’였던 한산도 다리가 드디어 ‘현실의 다리’가 된 것이다.

한산도에 다리가 놓인다는 것은 섬 주민들의 편의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한산도가 갖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자산이 제대로 꽃피울 계기가 된다. 한산도는 삼도수군 통제영 본부가 처음 들어섰던 역사적인 섬이다. 군량미 창고가 있던 창동마을, 병기를 만들었던 야소마을 등 한산도는 지금도 당시의 흔적들을 볼 수 있는 임진왜란 역사의 현장이다.

다른 한편으론 육지가 그만큼 넓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통영에서 배를 타면 한 시간 이상 걸리던 섬들이 한산도에서 출발하면 30분 이내 거리로 가까워진다. 욕지도, 매물도, 장사도 등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섬들이 지척에 닿게 된다. 남해안 섬 관광이 획기적으로 변모할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웃 지자체인 거제와 통영도 가운데 놓인 한산도로 연결돼 무궁무진한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전라남도의 수많은 섬들이 육지와 연결된 것을 보고 부럽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제 경남에도 한산도 주민들이 그렇게 염원하던 ‘꿈의 다리’가 드디어 첫발을 뗐다. 거제에서, 혹은 통영에서 차를 타고 한산도를 둘러볼 그날이 기다려진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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