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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영시의 이중섭 작품 기증 요청, 명분 있다

기사입력 : 2021-05-16 20:25:15

통영시가 문체부와 국립현대미술관에 공문을 보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작품 중 ‘황소’ 등 이중섭의 작품을 시에 기증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 사망 후 전국의 여러 지자체가 이 회장 또는 삼성그룹과의 인연을 내세우며 이 회장이 기증한 작품 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시의 이중섭 작품 기증 요청은 여느 지자체와는 구별되면서도 그 의미에 무게가 실린다. 시의 이중섭 작품 요청이 다른 지자체들보다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다. 그 의미와 설득력은 무엇보다도 근대 미술사에서 ‘대가 중의 대가’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이중섭이 통영에 살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염색 공예가 유강렬의 권유로 1952년 통영에 와서 1954년까지 2년 동안 살았다. 이 시기 그는 경남도립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에서 기거하며 강사로서 학생들에게 데생을 가르쳤고 또 전성기를 보냈다. 대표작인 ‘황소’와 ‘흰소’ 등 40여점의 작품이 통영에서 생산됐다. 뿐만 아니라 ‘세병관 풍경’, ‘남망산 오르는 길이 보이는 풍경’, ‘통영 충렬사 풍경’등도 그렸다. 통영에 살면서 통영을 그린 것이다. 그의 이러한 통영 시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이미 인정했다. 지난 2016년 개최한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에 ‘통영관’을 따로 만들어 통영 시절 작품을 별도로 전시한 것이 그것이다. 이는 그의 작품이 통영으로 와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중섭의 통영에서의 활동 공간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기거했던 나전칠기 기술원 양성소는 2019년 통영시가 매입, 국가등록문화재 제801호로 등록 관리하고 있다. 그 일대는 ‘이중섭 거리’로 명명돼 그를 기념하고 있다. 시는 이중섭 작품이 확보되면 이곳을 리모델링해 이중섭의 통영 시절 발자취를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통영은 예로부터 예향으로 불렸고, 그에서 예향 통영은 영감을 받은 곳이다. 이런 통영에 예향 통영의 영감으로 그린 그의 작품이 유치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고 이건희 회장의 작품을 분산 시킬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시의 이중섭 작품 유치 노력에 공감과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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