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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달 기획] 경남서 첫발 디딘‘사법형 그룹홈’ 청소년회복지원시설 들여다보니

“비행청소년 사회복귀 인력·예산 늘려야”

기사입력 : 2021-05-16 21:41:42

소년법 처분을 받은 ‘비행’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사회로 복귀해 성인이 될 수 있도록 울타리 역할을 하는 시설이 있다. 지난 2010년 창원지법 소년부 소속이었던 천종호(현재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 판사의 주도로 만들어진 ‘사법형 그룹홈’ 청소년 회복지원시설이다. 본지가 청소년의 달을 맞아 청소년들의 ‘대안 가정’ 역할을 하고 있는 도내 청소년 회복지원시설을 살펴본 결과 6곳 중 2곳이 지난해 초부터 운영 어려움 등으로 휴·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2면


2010년 천종호 창원지법 판사 주도
운영자 희생·헌신으로 보살피지만
운영 어려워 도내 6곳 중 2곳 닫아
천 부장판사 “쉼터 수준 지원 필요”


◇“인력·예산 지원 더 늘려주기를”= 16일 경남도와 창원지법에 따르면 한때 6곳까지 있었던 경남 도내 청소년 회복지원시설은 현재 4곳(샬롬, 소망, 새빛, 연지청소년회복지원시설)만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2곳은 지난해 초부터 운영의 어려움 등으로 휴·폐업한 실정이다.

창원지법은 소년심판규칙에 따라 소년 1인당 월 50만원을, 정부와 경남도·각 시군은 연간 7000만원의 예산을 각각 지원하고 있다. 이달 초 기준 도내 각 청소년 회복지원시설에는 6~11명이 입소해 있다.

천종호 부장판사는 청소년 회복지원시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청소년 쉼터’ 수준의 시설과 인력·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여성가족부가 민간 위탁 형태로 운영하는 청소년 쉼터는 가출 청소년들이 가정·학교·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보호하면서 지원하는 시설로 지난 2019년 기준 전국 135개소로 총 161억70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사법형 그룹홈’인 김해 새빛청소년회복지원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이태숙(왼쪽) 소장과 남편 손영길씨.
‘사법형 그룹홈’인 김해 새빛청소년회복지원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이태숙(왼쪽) 소장과 남편 손영길씨.

◇청소년 회복지원시설은= 일명 ‘사법형 그룹홈’(청소년회복센터)로 시작한 청소년 회복지원시설은 법원이 정한 대리인들이 부모처럼 소년범들을 데리고 살면서 사회 적응을 돕는 대안 가정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이다. 소년법상 1호 처분인 보호자 감호위탁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을 위탁 보호하는 곳으로 지난 2010년 경남에서 3곳이 전국 최초로 세워진 후 전국에 총 20여개가 만들어졌다.

개념조차 생소했던 사법형 그룹홈을 개설하기까지는 ‘소년범의 아버지’, ‘호통판사’로 유명한 당시 창원지법 소년부 천종호(56) 판사의 역할이 컸다. 천 판사는 소년법 위반 청소년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개인적 치유는 물론 가정·공동체가 함께하는 생활을 통한 치유라고 봤고, 소년들을 보호해 주는 대안 가정 조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시간을 쪼개 차를 몰고 다니며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해 그해 10월 창원시 진해구에 사법형 그룹홈 첫 개소를 이끌어냈다. 당시 천 판사는 청소년 쉼터 운영자들을 신병인수 위탁보호위원으로 지정하는 방법으로 사법형 공동가정을 만들어냈다.

천 부장판사는 “소년보호사건 중 약 70%가 소년들이 결손·저소득층 가정의 소년들이었고 그들은 각종 유해환경에 노출되면서 비행을 저질렀지만 일반 아이들과 다를 것 없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미래의 자원이다”며 “센터는 부모와 가족을 대신해 이들을 치유해 재비행의 길에서 벗어나게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입법 이어져 예산 지원까지= 청소년 회복지원시설은 설립 후 수년간 사회로부터 보살핌을 제대로 받아오지 못했다. 소년범의 경우 유권자가 아닌 탓에 상대적으로 지원 단체가 적은 데다 소년범의 부모들도 죄인이라는 인식 때문에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주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국가에서 지정하는 청소년복지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법원에서 청소년회복센터에 지원하는 예산(소년 1인당 50만원)과 일부 후원금 외에 공식적으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운영자들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운영돼왔다.

그러다 청소년회복센터를 청소년복지시설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안’인 일명 ‘천종호법’이 지난 2016년 5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지금 이름의 청소년 회복지원시설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2019년 정부 예산안에 지원예산이 첫 편성된 뒤 인건비, 운영비, 교육비 명목으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천 부장판사는 “운영자들이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희생정신으로 버텨오고 있다”며 “국가와 지자체가 이런 분들 수고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갖고 가출 청소년 쉼터 수준의 시설과 인력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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