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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경찰청 ‘프로수사관’ (2) 과학수사과 김정학 경감

안인득 방화사건 등 진두지휘…화재감식·폭발·대테러 ‘수사 베테랑’

기사입력 : 2021-05-25 20:52:05

“범죄 현장은 계속 새로워지고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증거를 찾기 위해 과학수사 기법도 계속 발전해야 합니다.”

지난 20일 경남경찰청에서 만난 과학수사과 김정학 현장대응팀장(51·경감)은 팀원들과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현장감식 부서로서 증거를 찾고 범인의 단서를 확보하는 일련의 과정 속 그는 지난 1994년 경찰에 입문해 과학수수 분야에서만 23년간 쌓은 비결을 학습모임과 토론을 통해 공유한다.

경찰 입문 27년차, 과학수사 23년 외길
국제 공인 화재폭발조사관 자격 보유
돗대산 민항기 추락 등 현장감식 참여
국제CSI콘퍼런스 3년 연속 수상 기록
경남대서 ‘과학수사론’ 강의 후배 양성

김정학 경감이 지난 20일 경남경찰청 과학수사과에 설치돼 있는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과학수사 지침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경남경찰청/
김정학 경감이 지난 20일 경남경찰청 과학수사과에 설치돼 있는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과학수사 지침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경남경찰청/

김 경감은 화재감식 ‘전문수사관’, 국제공인화재폭발조사관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감식 전문가로서 굵직한 사건·사고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가깝게는 지난 2019년 진주 안인득 방화 살인과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물론 경찰 입문 초기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 2002년 김해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 화재 때도 감식에 참여했다.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 역시 그가 누빈 현장과 관련 있을 터. 김 경감은 안타까운 참사 속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진 유족에게 힘이 됐을 때가 가장 뜻깊었다고 한다.

김 경감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 대구 지하철 방화, 중국 민항기 추락사건 당시 지문과 유전자로 피해자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인도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며 “또한 사고 원인을 분석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 제언을 하게 됐을 때도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김 경감이 감식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 경감이 감식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개인의 자질과 역량을 자신에게만 가두지 않고 경찰 과학수사역량 발전으로까지 이끌고 있다. 각종 참사를 경험하면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경남경찰청 과학수사관들과 함께 ‘법안전 과학수사 연구회’를 지난 2015년 만들고 ‘대테러 과학수사(PBI) 감식기법’을 개발, 도입을 제안했다. 이듬해부터 참여한 국내 최대 과학수사 학술회의인 ‘국제 CSI 콘퍼런스’에서는 3년 연속 주요 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한국화재조사학회에서 금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김 경감이 만들어 제안한 PBI 감식기법은 경찰청 ‘대테러 과학수사팀’ 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했으며, 9년째 경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서 과학 수사론을 가르치면서 미래 과학수사관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화재감식뿐만 아니라 대테러 과학수사 연구 결과를 국가정보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전수하고 있는 그는 미국 FBI 주관 테러 대응 교육 한국 대표로 참여하는 한편 과학수사 기본서 편찬위원과 과학수사 관련 각종 심사·출제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는 어떤 수사관으로 기억에 남고 싶을까.

김 경감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많은 이들과 공유해 사건·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 한편 후배들이 나보다 더 우수한 과학 요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기억되고 싶다”며 “앞으로도 똑똑하고 정직한 경찰 역할을 다해 도민들의 안전에 기여하는 과학수사관이 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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