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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이야기의 힘- 김향지(소설가)

기사입력 : 2021-05-27 20:07:38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첫 해외 여행지로 프랑스 파리를 꼽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곳에 가보고 싶어 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일 것이다. 나 또한 오랜 시간 동안 그 곳에 가보고 싶었다. 학창시절에 접하게 된 아폴리네르의 시(詩) ‘미라보 다리’가 계기였다. 시의 말처럼 “미라보 다리 아래로 흐르는 세느 강”을 보고 싶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과 〈노틀담의 곱추〉를 읽고 노틀담의 사원에서 파리 시내를 굽어보는 상상을 해보았고, 샤르트르와 시몬느 보봐르의 아지트였던 카페 레 마고와 프랑스 대혁명의 광장인 콩코르드도 서 보고 싶었다. 그 외도 몽마르트 언덕, 오르세 미술관, 오페라의 전당….

드디어 작년 초, 오랜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다. 일주일 여정으로 그곳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비행기로 무려 열두 시간이 걸렸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A자형의 에펠탑! 비로소 그곳에 도착한 것이다.

에펠탑에 오르는 엘리베이트를 타기 위해서 두 시간을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의 행렬 속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300미터의 에펠탑을 세우는 과정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이 흥미진진했다. 특히 서커스맨들을 고용해서 에펠탑을 세웠기 때문에 단 한 건의 인명 피해도 없었다고 하는 대목이 놀라웠다. 방추형으로 뻗어 나간 파리 시의 전경을 내려다보면서 에펠탑 세우기를 추진했던 구스타브 에펠의 안목에 경의를 표했다. 지금까지 3억 명의 사람이 다녀갔을 만큼 에펠탑은 랜드마크의 세계 1위 명소가 되었다. 밤이 되면서 황금색으로 바뀐 에펠탑을 세느강 유람선 위에서 바라보니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영화 미션임파셔블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에펠탑은 앞으로도 파리의 자부심이 될 듯싶다.

짧은 여정 동안 파리 시의 여기저기를 점찍듯 바쁘게 이동했지만 궁금증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동안 동경하던 장소들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감회에 젖곤 했다. 세느 강변과 그 위를 가로 지르는 아름다운 다리들, 샹젤리제와 카페 거리,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나폴레옹이 세운 두 개의 개선문, 오페라 극장의 거리, 몽마르트 언덕과 에디트 삐아프가 공연한 카페, 고흐의 그림 속에 나오는 까마귀 나는 밀밭길….

일정 중에서 루브르 박물관의 랜드마크인 유리 피라미드 앞에 인증샷을 찍을 때가 매우 뿌듯했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를 읽고, 동일 소설을 영화한 영화 ‘다빈치코드’를 보고,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인 루브르 박물관에 직접 오게 된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 앞의 유리 피라미드는 영화 ‘다빈치 코드’에서 주인공이 수수께끼를 풀어내던 마지막 결정적인 단서였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실제 현장체험까지 했으니 공부 제대로 한 셈이다.

가는 곳마다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경험으로 피로했던 파리! 하지만 그곳이 과거의 도시이지만 현재적이고, 또한 미래지향적일 것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 도시가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 곳곳에 산재하는 유서 깊은 이야기들은 오늘도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그곳을 동경하게 하는 동력원이다. 그곳에 가서 깨달은 것은 바로 문화자본이 된 이야기의 힘이다. 과거와 현재를 버무려서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킬 융합형 스토리텔러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나와 주길 바란다. 이야깃거리가 많은 나라가 문화강국이다.

김향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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