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경남경찰청 ‘프로수사관’ (3) 광역수사대 홍재호 경위

“보이스피싱 수법 아무리 진화해도 범인 반드시 잡는다”

1992년 입문해 수사부서만 21년 근무

기사입력 : 2021-06-02 21:14:50

“반드시 붙잡는 것,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것 오로지 이 두 가지만 생각하고 출근합니다.”

최근 만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홍재호(53) 경위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신고가 접수되면 반드시 검거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홍재호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전화금융사기 전담수사팀 수사관./경남경찰청/
홍재호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전화금융사기 전담수사팀 수사관./경남경찰청/

보이스피싱 범죄 전문수사관인 홍 경위는 최근 ‘굵직굵직한’ 사건을 해결하면서 수사 역량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그가 몸담고 있는 광역수사대 전화금융사기 전담수사팀은 최근 해외조직과 연계해 국내에서 무선중계기를 설치, 070 번호를 휴대전화번호로 변환해 피해자들에게 전화하는 일당을 검거, 주범 2명을 구속했다. 또 12개의 유령법인을 세워 대포통장 26개를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공급한 전국 단위 대규모 대포통장 개설·유통 조직 6명도 붙잡았다. 홍 경위는 지난 1992년 경찰에 첫발을 디닌 후 내년이면 입직 30년을 맞는데, 이 가운데 21년을 광역수사대와 지능범죄수사대 등 수사 부서에서만 근무하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경찰의 수사 역량 강화에도 헌신하고 있다.

베테랑인 그는 자신있게 말하지만 실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보이스피싱 범인을 잡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에 들어가면 범인의 용모 등 단서 하나를 특정하는 데만 여러 날이 걸린다. 이 작은 단서 하나를 갖고 수사팀은 범인의 이동 경로를 따라 CCTV 수백, 수천 개를 일일이 밤새 확인해 추적하고 잠복 수사를 거쳐 검거한다. 이렇게 붙잡은 범인은 대부분 현금 수거책인데, 이 범인을 단서로 해 총책을 추적하는 지난한 과정이 다시 반복된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경남에서만 이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 사건은 1205건, 하루에 3건꼴로 발생했다. 지난 2019년보다 200건 넘게 감소했지만, 피해 금액은 오히려 3억원이 더 늘어난 212억원으로 집계됐다.

홍 경위는 “전통적인 보이스피싱 범죄 유형이 피해자로 하여금 은행 창구로 가게 만들어 송금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중국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가로채는 ‘대면편취형’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런 탓에 피해 건수는 줄어들어도 피해 액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홍재호 경위가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재호 경위가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이렇게 점점 고도화·기업화되어가면서 수사관들의 대응 역량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경남경찰청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액의 보이스피싱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전화금융사기 전담수사팀이 꾸려졌고, 홍 경위는 전담수사팀 소속 전문수사관 9명 중 1명이다. 이들은 대면편취범을 검거하는 수준을 넘어 대포통장을 개설해 유통하는 조직과 전화번호 변작기기를 관리하는 조직, 그리고 해외 총책 실체를 밝히는 일을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 경찰서 형사팀에서도 피해 신고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홍 경위는 “각 분야 최고의 수사관들로 구성된 경남경찰청 전화금융사기 전담수사팀은 도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범인은 반드시 잡는다’는 목표로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그러나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도민들께서도 ‘대출 관련 업무는 전화 통화로 이뤄지지 않는다’라는 점을 명심해 각별히 유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