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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동 학대 예방 대책,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기사입력 : 2021-06-09 20:05:38

도내에서 아동 학대 심각성이 드러나 야단법석을 피우던 것이 1년 전이다. 쇠사슬에 묶여 하루 한 끼의 밥을 먹고 의붓아버지의 폭행에 시달린 11살 여아가 빌라 4층 지붕으로 탈출했던 ‘창녕 여자 어린이 탈출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제대로 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다양한 대책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아동학대 방지 대책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사건 발생에 앞서 지난해 4월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돼 10월부터 시행됐었다. 핵심은 아동 학대의 발생에서부터 종결까지 전담 공무원이 처리하도록 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제도의 도입이었다. 좋은 제도라고도 할 수도 있다.

창녕사건이 터지면서 이 제도는 큰 관심을 끌었고 아동 학대 예방의 핵심이 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살펴보면 끓던 냄비가 바로 식은 상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아동 학대를 전담해야 할 공무원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내 17개 시·군 중 전담 공무원이 3명 이상 지정된 곳은 창원·진주·양산 3개 시뿐이다. 2명인 곳은 2곳, 나머지 12개 시·군은 한 명에 불과하다. 수가 부족하다 보니 업무 수행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도의회 이영실 의원은 “전문가들은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은 내근직 1명과 외근직 2명 등 최소 3명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주장이 아니더라도 3명이 담당해야 할 일을 1명이 한다면 제대로 될 리 없다. 게다가 업무 자체도 중노동이다. 그러다 보니 도내 2개 시·군에서는 불과 8개월도 안 돼 전담 공무원이 3차례 바뀌었고 어떤 시·군에서는 공무원 2명이 같은 시기에 휴직을 신청하는 일도 있었다. 아동 학대 방지와 관련된 일의 어려움은 2019년 41%, 2020년 29.7%에 이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평균 이직률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아동 학대 방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담 공무원의 수가 1명에 그친다면 아동 학대 예방과 피해자 보호는 기대난망이다. 게다가 일부 시·군은 전담 공무원 대신 겸직을 배치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래서야 아동학대 예방이 가능하겠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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