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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경찰청 ‘프로수사관’ (4) 교통과 박현갑 경위

거짓말 탐지·법최면 ‘전문수사관’ 명성

1993년 경찰 입문·2006년 검사관으로

기사입력 : 2021-06-10 20:58:59

“경남지역 수사 경찰관들이 제 이름 세 글자를 떠올리면 ‘아 거짓말 검사관’이라고 기억할 수 있는 수사관, 늘 최선을 다한 수사관으로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최근 경남경찰청 거짓말 탐지 검사실에서 만난 교통과 박현갑(50) 경위는 경남경찰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폴리그래프(거짓말 탐지), 법최면(사건 피해자나 목격자를 최면 상태로 유도해 기억을 되살리는 수사 기법) 전문수사관이다. 범죄현장에 사건해결의 단서가 잡히지 않거나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등 수사가 미궁에 빠지거나 혐의가 충분히 인정되는데도 완강히 거부하는 피의자가 있을 때 그가 어김없이 등판한다.

박현갑 경위가 거짓말 탐지 검사실에서 피의자의 호흡, 맥박, 혈관수축 등 거짓말 탐지기가 기록한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경남경찰청/
박현갑 경위가 거짓말 탐지 검사실에서 피의자의 호흡, 맥박, 혈관수축 등 거짓말 탐지기가 기록한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경남경찰청/

박 경위는 지난 1993년 순경으로 경찰에 첫발을 디뎠다. 심리학·폴리그래프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하동경찰서 교통조사계에서 근무하던 지난 2006년 우연히 검사관 양성 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응시해 그해 교육을 거쳐 자격시험을 통과했다. 그의 이름 세 글자 뒤 폴리그래프가 붙게 된 계기였다.

폴리그래프 수사관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수사 시간을 단축하는 역할도 한다. 경남경찰청 과학수사계로 자리를 옮긴 직후인 지난 2007년 5월 ‘초보 폴리그래프 수사관’인 그가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게 된 실종사건이 발생했다.

박 경위는 “결혼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여성이 실종됐는데, 유력한 용의자로 남편이 의심됐지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아무런 단서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폴리그래프 검사 방법 중 하나인 POT 기법으로 살해 도구와 장소, 시체를 유기한 장소 등을 물어 호흡, 맥박, 혈관수축 등 거짓말 탐지기가 기록한 자료를 근거로 남편을 살인 용의자로 특정했고, 결국 자백을 이끌어 내 사건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살인사건의 경우 폴리그래프 검사를 수차례 실시하는데, 검사를 진행하던 중 용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그도 큰 심리적 충격을 받기도 한다.

지난 2014년부터 교통과로 자리를 옮긴 그는 폴리그래프·법최면 전문수사관 자격인증을 받은 경남경찰 유일의 ‘교통사고 전문수사관’ 기록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취득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도로교통사고 감정사 자격증과 조사경력 5년 이상이 뒷받침돼야 전문수사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박 경위는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14년간 형사사건, 교통사건을 포함해 3500여건의 검사를 진행했다. 더욱이 바쁜 일상에도 대학원에 입학해 경찰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하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경남경찰의 수사 역량 강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폴리그래프·법최면·교통사고전문수사관 자격까지 갖춘 ‘학구파’ 박 경위는 일선 경찰 수사관들이 자신의 검사를 잘 활용해 사건 해결 실마리를 찾을 때 가장 보람된다고 말하면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건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건, 한 건이 쌓여 3500건이 됐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보다 더 한 건, 한 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 놀라기도 합니다. ‘오죽했으면 의뢰했겠나’ 하는 마음을 갖고 단순한 사건 하나도 쉽게 보지 않는 수사관이 되자고 동료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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