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의료칼럼] ‘암성통증’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박은숙 (희연 호스피스 클리닉 팀장)

기사입력 : 2021-06-14 08:10:31
박 은 숙 희연 호스피스 클리닉 팀장

필자의 의원에서 지난 5월 21일 ‘암성통증, 조절할 수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암성통증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암성통증은 암 치료 후유증, 암전이, 합병증 등으로 인해 암 환자가 겪는 통증을 포괄적으로 말하며 암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손꼽힌다.

이 캠페인은 매년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주최로 시민들에게 암성통증 치료의 정확한 지식 전달, 암성통증에 대한 인식개선과 적극적인 통증 관리가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암성통증을 관리할 때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란 중증도 이상의 심한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이며 용량을 늘리는 만큼 진통효과가 강해지므로, 통증이 조절될 때까지 최대 용량에 대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아침에 일어나기가 두려워요”,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라고 표현을 하지만 정작 약 복용을 꺼리는 분이 많다.

특히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면 더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것 아니냐”, “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내성이 생겨 안된다고 하더라”, “마약에 중독되면 어떻게 하냐”는 등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들 때문에 환자들은 그 힘든 시간을 진통제 없이 버티곤 한다.

진통제에 대한 오해를 풀자면, 진통제는 통증이 심해질 때까지 참은 후 복용하는 것보다 통증이 시작되기 전 복용해 조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통증이 잘 조절된다면 식욕이 좋아지고, 수면의 질이 향상되며 하루를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 암환자의 통증도 마찬가지로 진통제 사용을 통해 90% 이상 충분히 조절될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를 처음 복용하거나 용량을 늘리면 생기는 부작용으로 변비, 구역질, 구토, 졸림, 호흡횟수가 느려지는 일 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며칠 후 대부분 사라지거나 치료할 수 있으므로 부작용이 나타나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면 된다.

또한 마약성 진통제는 중독되거나 내성이 잘 생기지 않으며 오히려 통증이 조절된다면 보다 편안한 시간을 누릴 수 있어 사랑하는 가족들과 뜻 깊은 시간을 보내거나 그동안 하고 싶었던 다양한 일을 시도할 수 있다.

실제로 본원 환자 중 극심한 통증, 컨디션 저하로 인해 예정돼 있던 자녀 결혼식을 취소하신 분이 계셨다. 입원 후 통증완화 치료를 받고 통증조절이 돼 진행하지 못했던 결혼식을 원내 중앙무대에서 간소하지만 특별한 이벤트로 마련한 기억이 있다. 통증 조절이 됨으로써 환자와 가족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드릴 수 있었고, 필자는 이것이 호스피스 의료의 참된 의미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 주변에는 호스피스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렇기에 많은 시민들을 만나 호스피스 및 암성통증에 대해 알리고 싶었으나 올해는 ‘코로나 19’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규모를 줄여서 캠페인을 시행하게 돼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년에는 코로나가 종식돼 예전처럼 많은 시민들에 암성통증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전할 수 있고 암환자의 통증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박은숙 (희연 호스피스 클리닉 팀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