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가고파] 잠룡유감- 김유경(광역자치부 기자)

기사입력 : 2021-06-20 20:31:39

도내 현안에 대한 김경수 경남지사의 입장은 대게 ‘모호’하다. 김 지사 개인의 정치철학 안에선 아닐지 모르나, 경남도민에게는 그렇게 들린다. 낙동강 물 부산 공급 문제에 대한 우려에는 ‘모든 국민은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 이건희 컬렉션에 대해서는 ‘부울경에 유치되어야 한다’, 대우조선 매각에 있어서는 ‘자체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적당히 듣기 좋은 말로 달래거나, 지역이기주의에 동조하라는 뜻은 아니다. 김 지사가 ‘브랜드’로 삼고 있는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한 지적에는 기민하다 못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다른 현안에 대해서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는 행태는 ‘도지사가 마땅히 구현해야 할 퍼포먼스’와는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모 도의원은 “지사에게 명확한 입장을 들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의회는 왜 필요하며, 지사는 무엇하러 도정질문에 꼬박꼬박 답하는가.

▼지난 15일 바른선거경남도민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직 중도사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달라’는 입법건의문을 도의회가 채택해 줄 것을 청원했다. 이들은 선출직의 중도사임은 유권자 배신 행위이며, 천문학적 선거비용을 유발하는 거악(巨惡)이라 규탄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김두관 국회의원이 대권 행보를 위해 도의회를 찾았다. 중도사임 규탄 기자회견에 맞물려 ‘중도사임의 대표자’격인 김 의원이 등장하는 이 공교로운 장면은 ‘촌극’에 가까웠다.

▼김경수 지사가 지사 재도전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음에도 그의 모호한 발언이 ‘드루킹 문제가 정리되면 대선출마를 염두에 둔 범 지역적 발언’이라는 눈초리는 여전하다. 지사 자리를 꿰차고 앉아 다른 꿈을 꾼 자는 김두관과 홍준표로 족하다. 잠룡(潛龍)은 ‘아직 하늘에 오르지 않고 물속에 숨어 있는 용’이라는데, 우리는 경남을 ‘물’이 아닌 ‘하늘’로 삼고 일할 지사가 필요할 뿐이다.

김유경(광역자치부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유경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