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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학대 정황, 주변·학교 아무도 몰랐다

외견상 정상 가정… 관리 사각지대

교사, 학생·학부모 상담 인지 못해

기사입력 : 2021-06-25 08:07:17

가정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경찰이 남해에서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 A(40)씨에 대해 상습 학대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주변에서는 의붓딸 B(13)양의 학대 정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B양이 사망하기까지 평소 학대를 당한 정황에 대해 주변은 물론 학교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B양은 사실상 철저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B양은 아버지가 수입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나 위기가정 관리 등 지자체의 관리대상도 아니었다.

그나마 기댈 곳은 학교였다. B양은 사망 전날까지도 학교에 등교했다. 올 초부터 수차례 상담도 있었다. 담임은 B양과 2차례 상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은 일상적 교우관계로, 또 한 번은 지난 4월 B양이 늦게 귀가한 이유때문이었다.

계모의 학부모 상담도 있었다. 담임은 지난 3월 신학기 초 상담 등 3차례 계모와 전화상으로 학부모 상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도 학교 측은 B양의 학대정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평소 아이가 침울하거나 다른 이상 증상을 보였으면 담임이 눈여겨 볼텐데, 교우관계도 좋고 활달하게 지낸 편이었다고 한다”며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도 정상으로 나와 아이가 스스로 학대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사실상 알아내기가 쉽지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습 학대 여부를 수사 중인 경찰은 B양 가정에서 평소 부부싸움 신고 등 양육문제로 자주 다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가 B양의 가정 환경을 파악하는데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가령 과거 이뤄졌던 학교의 가정실태조사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교육부 훈령 등에 따라 현재는 사라졌다. 공교육이 가정 환경에 대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아동학대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교육당국의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내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B양이 전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양호한 결과가 나온 것은 본인이 방어기제로 아픔을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학교 입장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도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교육에서 아동학대를 감지해 낼 수 있는 기능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일 새벽 계모의 폭행으로 13세 여아가 사망한 남해의 한 아파트.
23일 새벽 계모의 폭행으로 13세 여아가 사망한 남해의 한 아파트.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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