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만나봅시다] 민말순 초대 경남여성가족재단 대표

“여성가족정책 플랫폼 강화해 성평등 문화 확산시킬 것”

기사입력 : 2021-06-30 21:13:01

경남 여성계의 숙원사업인 경남여성가족재단이 출범 후 1년을 맞았다. 경남여성가족재단(이하 재단)을 이끌어 가는 민말순 초대 대표이사는 “경남의 성평등 지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평등 정책 수요자와 공급자인 다양한 파트너와의 긴밀한 소통과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대표이사는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도내 여성가족 플랫폼 활성화와 경남 성인지 통계 구축을 꼽았다.

창원시 성산구 경남여성능력개발센터 건물 3층에 위치한 경남여성재단 사무실에서 민 대표이사를 만나 재단의 역할과 경남도의 여성·가족 정책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재단 출범 후 지난 1년간 기반 시설·연구 인력 등 확보
성평등 연구·교육·사업 위해 정책네트워크 구축 역점
관련 통계 등 기초자료 미비… 실태조사연구 우선 추진

정책플랫폼·거버넌스 활성화해 성평등사회 기반 강화
질 좋은 일자리 발굴·여성친화적 근무환경 조성 노력
차별 없는 포용사회·다양한 가족 공존하는 경남 실현

민말순 경남여성가족재단 초대 대표이사가 재단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민말순 경남여성가족재단 초대 대표이사가 재단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재단 초대 대표이사로 1년을 보낸 소회는.

△20년 전 경남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여성재단의 필요성에 대한 용역을 진행했었다. 당시 경남연구원의 경영연구와 여성가족정책연구를 분리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는데, 이를 추진하다가 여러 이유로 무산됐다. 그 이후에 여성재단이 마음 속에 늘 숙제로 남아있었다. 퇴직 후 재단의 설립 소식을 듣고 주변의 권유를 받으면서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내가 시작한 일이니 잘 마무리 하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

취임 후 지난 1년 간은 재단의 공간 환경 조성 등 연구와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물리적 환경과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를 갖추느라 정신 없이 보냈다. 현재 13명의 연구인력을 갖추고 본격적인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설 재단이기 때문에 지금도 재단 운영에 따른 필요한 기반들을 확보하는 작업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설정한 재단의 역할과 방향성은.

△재단의 설립 목적은 경남 여성·가족이 성평등한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정책연구와 교육·사업 추진이다. 모든 도민에게 열려 있는 조직으로써 정책 수요자와 공급자인 다양한 파트너와의 긴밀한 소통과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경남여성·가족정책 플랫폼 구축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남도·경남도의회·경남시군은 물론 여성단체, 관련유관기관과 함께 도민과 언론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플랫폼 구축을 위한 1차 사업으로 여성단체와 관련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경남여성정책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9월 양성평등주간에 맞춰 경남여성가족정책포럼이 출범할 예정이다.

또 경남 여성가족정책에 대한 일반 도민의 체감도와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사업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여성가족정책에 대한 도민 공모사업을 추진하여 정책 제안서를 발간했고, 지금은 내년도 연구·사업과제를 선정하기 위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경남도, 경남도의회, 시·군, 여성단체 및 관련유관기관 등 경남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조사를 통해 수렴된 내용을 내년도 과제 선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경남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여성가족재단이 늦게 출범했기 때문에 여성가족 관련 통계 등 기초자료가 미비한 실정이다. 그래서 모든 정책과 사업의 기초가 되는 실태조사 연구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남 청년여성 유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여성일자리 실태 및 인구유출 실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출범 초기에 재단이 사업보다는 연구 중심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출범 직후 여성계의 지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성단체 등 유관기관들과 간담회를 마련해서 의견을 청취했다. 지금까지는 재단이 기반을 잡는데 집중했고, 코로나19 상황이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정책 연구를 추진하는 동시에 경남 여성들의 네트워크 공간인 경남 여성플라자 조성 등 다양한 여성 관련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경남의 성평등 문화를 어떻게 보나.

△경남은 전통적으로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지역 특성이 잔존하고 있어서 노년층의 성인지 감수성이 특히 낮았다. 그러나 최근 전국적으로 청년세대의 성평등에 대한 성별 인식차이가 성평등 문화 확산을 가로막는 매우 높고 거친 파도로 몰아치고 있다. 이는 지난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에서 2030청년들의 성별차이가 컸던 투표결과에서 알 수 있다. 최근 2030세대의 젠더갈등이 심화되는 전국적 현상이 예외 없이 경남 성평등 문화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경남 청년여성이 인식하는 지역사회 성불평등은 경남 청년여성의 높은 인구유출 비율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경남 성평등 지수가 낮은 원인과 과제는.

△2019년 경남 성평등지수는 2018년과 마찬가지로 하위지역이며, 8개 분야 중 특히 경제활동, 복지, 보건, 의사결정 분야의 순위가 낮게 나타났다. 이 중 경남지역의 특성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경제활동과 의사결정 분야라고 생각한다.

특히 경남은 기계·철강·조선 등 남성이 다수인 직종이 지역산업의 근간을 이루다 보니 여성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으므로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다른 지역보다 낮다.

덧붙여서 광역%기초의원 성비, 5급 이상 공무원 성비, 위원회 위촉위원 성비 등으로 측정하는 의사결정 분야도 전국 하위권이기 때문에 여성 정치인을 양성하고 여성 고위 공무원 비율을 높여서 경남 여성들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는 힘들겠지만, 단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일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청년의 지역 유출 정책에 발맞춰, 청년여성들의 지역 유출을 막기 위한 질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또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여성친화적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일·생활 균형 문화를 확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재단을 어떻게 꾸려나갈 계획인가.

△‘경남 여성·가족이 살기 좋은 성평등 경남’으로 나아가기 위한 재단의 미션을 성실히 추진하기 위해 경남의 성주류화 플랫폼 역할을 활성화해 여성은 물론 모든 도민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재단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섯가지 과제를 정했다. 첫째, 도민과 더불어 성평등한 사회 기반 강화를 위해 여성가족정책플랫폼, 성평등 추진체계, 여성가족거버넌스를 활성화하고, 둘째, 여성경제공동체 구축을 통한 여성일자리 발굴을 위해 지속가능한 여성일자리 창출, 로컬 혁신 여성친화형 리빙랩 추진, 고용평등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다.

셋째, 소통과 연결하는 상호 돌봄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코로나19 위기 극복, 촘촘한 돌봄환경 조성, 사회안전망 강화를 추진하고, 넷째 다양한 가족과 함께하는 포용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가족 공존 실현, 세대공감 소통사회 조성과 지역 상생발전을 통한 지역격차 완화를 추진하며, 다섯째, 차별과 배제를 극복하는 성평등 실현을 위해 성평등 문화 확산, 여성대표성 제고, 안전한 지역사회 조성을 추진하겠다.

☞ 민말순 경남여성가족재단 대표는

1952년생.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졸업. 경남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 여성가족정책센터장 역임.

글·사진=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