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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의붓딸 살해 계모 ‘정인이법’ 첫 적용

경찰, ‘아동학대살해죄’로 송치

무차별 폭행 후 위독 상태 방치

기사입력 : 2021-07-01 21:08:10

남해에서 10대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가 상습 학대행위를 한 것은 물론 범행 당일에는 폭행한 뒤 아이가 생명이 위독한 것을 알고도 방치하는 등 살인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올해 신설된 ‘아동학대살해죄’, 이른바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처음으로 적용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의붓딸을 숨지게 한 A씨가 지난 2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강진태 기자/
의붓딸을 숨지게 한 A씨가 지난 2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강진태 기자/

◇2시간여 무차별 폭행… ‘살인 고의성’ 인정=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하고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습아동학대 및 아동학대살해)로 계모 A(40)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9시 20분께부터 11시 30분 사이 남해군 고현면 한 아파트에서 별거 중인 남편과 전화로 다툰 후 화가 난 상태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B(13)양을 폭행해 외부충격에 의한 장기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다.

경찰은 A씨가 범행 당시 B양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등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갖고 있었다고 판단해 ‘아동학대살해죄’(정인이법)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양부모의 학대로 입양 271일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이 계기가 돼 올해 3월 제정된 이 법은 사형이나 무기징역,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등 아동학대치사죄(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형량이 더 무겁다. A씨는 경찰 수사에서 119에 신고해 병원에 갈 경우 폭행한 사실이 드러날까봐 두려워 남편 C씨에게만 말했다고 진술했다.

◇상습학대 흔적 있었지만… 무관심이 낳은 ‘비극’= A씨는 상습적으로 B양을 학대한 혐의도 적용받았다. 경찰은 의료기록 등을 토대로 최소 4차례의 학대 행위를 확인했다. 특히 B양은 올해 ‘집에 가기 싫다’는 취지로 인근 조부의 집을 찾아갔다가 집으로 다시 돌아온 뒤에도 A씨로부터 폭행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B양이 지난 5월 말 A씨의 폭행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장 파열, 그리고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조퇴 및 결석하고 병원 진료까지 받았음에도 남편 C씨, B양의 학교 담임교사와 친구들, 진료한 의사 모두 학대 정황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특히 학교측은 B양이 수업 시간에 자주 복통을 호소하며 엎드려 있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음에도 평소 A씨로부터 폭력에 노출됐는지 등에 대한 징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B양이 장기간 학대에 의해 장기 파열 등 건강 상태가 나빠진 상태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다 A씨의 무차별 폭행으로 사망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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