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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21) 진해 로망스 다리

기사입력 : 2021-07-07 08:44:00
진해 로망스다리

첫사랑- 이서린


오래된 사진 속

온 천지 꽃 사태 봄눈처럼 흩날린 날

만지면 번질 것 같은 벚꽃을 배경으로

단발의 소녀는 철없이 웃고 있었다


와르르 떨어지는 꽃잎인 줄 알았지

하, 그놈의 입술인 줄 미처 몰랐다


그 봄, 분홍의 꽃들이 여좌천을 따라 흘러가고

사랑의 언약들도 꽃처럼 피고 졌다


사진 속 얼굴이야 잊으면 그만인데

꽃 지듯 지난 날 지고나면 그만인데


꽃이 지면 어쩌나 애태우던 봄

꽃물 번져 두근거리며 지새웠던 밤

달의 주기도 다 채우지 못해 짧아서 가련한


나의

첫사랑이었다


☞진해 로망스 다리

앨범을 정리하다가 마주하는 추억은 아름답고 슬프다. 이미 지나갔기에, 다시는 올 수 없기에. 오래전 봄의 한 때는 청춘을 상징한다. 봄은, 봄꽃은 그렇게 짧아서 애틋하다.

이만한 봄꽃이 있을까. 해마다 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드는 생각이다. 그 화사함이란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도 남는다. 특히 진해의 여좌동에 있는 약 4㎞에 이르는 여좌천변의 벚꽃은, 압도적인 화려함과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로망스 다리. 여좌천 벚꽃 길은 지나나가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인다. 하천 따라 이어진 벚꽃터널은 탄성이 저절로 터져나오게 한다. 꽃 다 지고 초록 잎 무성한 로망스 다리는 평온한 쉼을 보여준다. 깊은 그늘과 품이 맑은 바람을 일으킨다. 나무의 힘인 것이다.

시·글= 이서린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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