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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최홍영 BNK경남은행장

“변화와 소통으로 지역민에 사랑받는 은행 만들 것”

기사입력 : 2021-07-07 21:07:57

지난 5월 비대면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된 제30회 BNK경남은행 비대면 백일장 및 사생실기대회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최홍영 은행장이 깜짝 등장했다. “참 쉽지요?”라며 그릴 용기를 북돋는 화가 ‘밥 로스’처럼. 화가로 분한 장면을 보고 그가 취임 기념 인터뷰에서 “경남은행의 명확한 미래를 그려내는 은행장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그는 변화와 혁신의 물감으로 머릿속에서 그려온 것들을 칠해나가고 있었다. 내일 취임 100일을 맞는 최홍영 경남은행장에 경남은행의 변화와 미래 계획, 코로나 시대의 지역은행의 역할에 대해 물어봤다.

‘랜선데이’로 직원들과 소통…아이디어 실현 위해 ‘상상랩’ 조직
복장 자율화·직원 핵심성과지표 전면 공개로 자율·공공성 강화
온·오프라인 융합 옴니채널 만들어 소비자 중심 미래은행 추진

영업점 ‘허브 앤 스포크’ 제도 도입해 인력·점포 효율화 추구
“코로나19 같은 위기상황 때 지역은행 역할·중요성 실감
정부·유관기관과 협업해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할 것”

BNK경남은행 최홍영 은행장이 집무실에서 소통과 변화를 강조하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BNK경남은행 최홍영 은행장이 집무실에서 소통과 변화를 강조하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는.

△경남은행의 영업구역인 도내 18개 지자체를 비롯해 유관 기관과 주요기업을 다니고, 틈틈이 그간 구상해온 조직 내 계획들을 시행해야 했기에 정신없이 보냈다. 많게는 하루에 8곳을 넘는 곳을 다니다보니 임원, 사업부장 등으로 있었을 때의 지역 내 환경적·사회적 요인들과 직원의 상황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직접 다녀본 현장에서 얻은 경험들이 앞으로 경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지역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분들도 만나 뵙게 되면서 어려운 상황을 많이 듣고 이해하게 된 것도 의미있었다. 백신 접종율이 오름에 따라 소상공인들의 영업기회가 확대되면서 경기 침체가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는다.

- 소통방식부터 은행 전반에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짧은 시간 작지만 파격적인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다. 소통의 방식을 다변화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로 최근 ‘랜선데이’를 시작했다. 일찍 퇴근한 후 각자 집에서 안주와 맥주를 준비해 화상회의 앱으로 여는 회식이다. 첫 시도로 지점장 20분과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다들 맥주 마시는 타이밍도 찾기 어려워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같이 웃고, 힘든 이야기들도 오고가 좋았다. MZ세대도 세대차로 저와의 직접 대면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 같은 방식으로 소통을 늘려가려 한다.

또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으고 조직 내에 실현시키기 위한 상상랩(LAB)을 조직했으며, 집단지성으로 의견을 도출해내는 CEO New Wave 포럼을 진행 중이다.

-경직된 조직이라 알려진 은행 내 자율성·공정성을 위한 과감한 결정도 있었다.

△복장 자율화를 도입했다. 정장을 주로 입던 본점에서는 지난 6월 14일부터 복장을 완전히 자율화했고 유니폼을 입던 영업점에서는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업점은 고객들과의 접점이 많기도 하고, 유니폼 보다 출근 준비에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 부담을 느끼는 직원들도 있으므로 선택할 수 있게끔 했지만 곧 자율복장이 정착될 것이라 예상한다. 유니폼은 굉장히 획일적이고 관료적인 성향을 띤다. 복장으로 인한 생각의 갇힘을 벗어나 입는 대로 자신의 모습과 생각이 바뀌었으면 한다.

또한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일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직원들에게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지표가 되므로 KPI 공개로 사내 공정성이 회복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KPI 제도가 완벽하지 않다는 명분으로 이제껏 공개를 차단했는데, 불완전한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할 때 KPI가 보완되고, 직원들은 성장하려는 조직의 모습에 신뢰를 보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미래은행 위한 전략을 구축 중인가.

△취임 때 밝혔듯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기반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하나는 영업점(오프라인 채널) 활용, 하나는 디지털(온라인 채널) 은행이다. 이를 융합해서 옴니채널(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을 구축하려고 한다. 영업점은 허브 앤 스포크(Hub&Spoke: 수레바퀴의 중심과 바퀴살을 뜻함) 제도를 도입해 인력·점포의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 중심이 되는 ‘거점형’ 종합금융센터를 지정해 PB, 웰스매니지먼트 등 전문적 금융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인력들을 모으고, 고객이 필요할 경우 이들을 곳곳으로 뻗어있는 스포크 점포에 파견한다.

또한 음식·관광·숙박·쇼핑 등을 총 망라해 지역생활 정보를 담은 접점 플랫폼을 만들고, 여기에서 유입된 고객들을 모바일뱅킹 앱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은행 40대 개별 전략 중 하나로 추진 중이다. 디지털 은행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단계에서는 네이버, 토스와 같은 빅테크·핀테크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중요하기에 국내 스타트업 기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디지털 혁신리더들을 배출해 각 지점에 디지털적 사고를 구현하게끔 하고 있다.

-ESG경영 계획은.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사회적 책임이 중요함을 실감해 경남은행은 최근 1000억원어치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이 채권 발행으로 들어온 자본은 ESG 관련 기업의 여신 지원 혹은 ESG 관련 프로젝트 투자에 쓰일 것이다. 각 은행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을 유지하는 데도 ESG 경영 여부가 중요해진 것처럼 금융 여신, 신용평가 부분에 ESG 평가 지표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우리도 여신 운용에 강조되고 있다. ESG 관련 예금 상품도 출시하고 있다. 또한 3000여명의 직원들과 저탄소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ESG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다.

-코로나 시대 지역은행의 역할과 앞으로의 포부는.

△위기 때 지역은행의 역할이 더 중요해짐을 느낀다. 평소에도 지역 재투자가 적은 시중은행이 코로나로 어려운 지역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 또한 미흡해 충청권에서 지역은행 설립 요청이 나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경남은행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신용보증재단에 100억 가량의 출연금을 냈다. 소상공인들에 1500억 정도를 대출해줄 수 있는 규모다. 일손이 모자라는 재단에 은행직원들을 파견해 보증 업무를 같이 처리했으며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는 이동식 은행으로 상담하고 대출해드렸다. 앞으로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만기 연장, 적정 수준의 금리 유지, 추가 자금 조달 등 정부, 유관기관과 지역은행이 협업해 지원해나갈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은행이 지역의 영세한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에 어떤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 좋은지 치밀하게 고민,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공공성을 많이 띠고 있는 기관인 만큼 지역민의 삶이 윤택해지고 편안해질 수 있도록 지역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겠다. 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지역에 존재감을 드러냄으로써 지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은행이 되고 싶다.

☞ 최홍영 은행장은?

1962년생인 최홍영 행장은 마산 용마고(옛 마산상고)와 울산대 경영학과,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졸업했다. 1989년 입행한 후 공업탑지점장, 재산신탁관리부장, 여신관리부장, 검사부장 등을 두루 거친 뒤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 울산·서울영업본부 본부장, BNK금융지주 그룹경영지원총괄(전무), 여신운영그룹 그룹장(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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