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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배 아픈 우리 아이’ 현명하게 대처하자

차명희 (모란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기사입력 : 2021-07-12 08:05:55

에어컨 사용의 증가에 따르는 찬바람 노출, 찬 음식 섭취 증가 등으로 배앓이를 하기 쉬운 계절이다. 감기에 수반되는 가벼운 장염이나 소화불량 등 가벼운 복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개 저절로 좋아지지만 간혹 급하게 진료하지 않으면 위험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이가 배 아프다고 하면 일단 신경을 써야 한다.

복통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주 다양하다. 장염에 걸리면 토하고 설사하면서 배가 아프고, 변비가 있어도 배가 반복적으로 아프고, 장중첩에 걸리면 혈변을 누면서 주기적으로 심하게 배 아프고, 구토를 동반한다. 요로감염이나 감기나 중이염 같은 경우에도 복통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맹장염의 경우에는 나이에 따라서 복통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서 진단이 늦어져 맹장이 터지기도 한다.

오랜 세월 소아진료를 해 온 의사라 하더라도 소아의 급성복통에 대해서는 소아의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많은 불안을 갖고 진료에 임하게 된다. 그래서 진료 마감시간이 임박해서 오는 환자는 더욱 조심하라고 후배의사들에게 말하곤 한다.

또 툭하면 배 아프다고 하는 아이도 있다. 만성 또는 반복성 복통은 보통 3개월 내에 3회 이상 심한 복통을 호소할 때로 정의하는데, 초음파검사, X-선 검사, 위내시경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대변검사, 기생충검사, 임상 증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10~35% 정도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반복성 복통을 가진 아이들의 대부분(거의 90%)에서 확실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유치원이나 학원에 갈 시간이 되면 배가 아프고, 아이에게 먹일 음식 준비하는 거만 봐도 아픈 경우도 있는데, 심리적인 원인인 것이 확실해 보여도 아이는 진짜 배가 아픈 것이다.

대신에 의사에게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를 알아두는 게 도움이 된다. 배가 아프면서 지쳐 보이거나, 배 아프다면서 전혀 먹지 않거나, 소변을 못 눌 정도로 탈수가 있거나, 너무 심한 통증이 3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더 심해지거나, 손도 대지 못하게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노란색 물을 토하거나, 대변에 혈액이 섞여 나오는 경우, 전에 복부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배가 아파 못 만지게 한다면 응급상황이기 때문에 바로 의사가 봐야 한다.

다른 큰 이상이 없더라도 야간에 복통으로 잠을 깬다거나, 체중감소가 있거나, 3개월 이내에 3번 이상 배가 많이 아팠다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야 한다.

배가 아플 때 제일 중요한 것은 함부로 약을 먹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가 아프다고 이런저런 약을 먹이다 보면 병이 심해져서 위험해질 때까지 진단을 붙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배가 아프다는 그 자체가 병이 아니고, 통증은 아이의 몸에 생긴 이상을 경고해 주는 파수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복통의 원인을 분석해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 복통은 아이들 증상에 경험이 많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아서 진료 받고 처방을 받아 증상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호전을 기다리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다.

차명희 (모란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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