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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같은 방엔 빛 한 줄기 들지 않았다

철거 앞둔 서성동 업소 가보니

2년간 영업 안해 습한 냄새 진동

기사입력 : 2021-07-13 21:06:45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했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한 시민연대’가 성매매 여성의 피해를 공감하고 여성 인권유린 현장인 성매매업소를 기억하기 위해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의 성매매 업소가 있었던 건물을 찾았다. 창원시는 근린공원 조성을 위해 지난 5월 이 건물을 매입했다. 이 건물은 서성동 일대 가장 큰 규모의 성매매 업소로 10여년 동안 여인숙 형태로 불법 운영돼 왔다.

창문 없고 출구 찾는 것도 어려워
규모 비해 화장실·샤워실 6개뿐
열악한 환경서 성착취까지 ‘참담’

13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최대 업소였던 ‘우정집’ 내부. 복도 사이로 실제 성매매가 이뤄졌던 방들이 즐비하다./성승건 기자/
13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최대 업소였던 ‘우정집’ 내부. 복도 사이로 실제 성매매가 이뤄졌던 방들이 즐비하다./성승건 기자/

13일 오후 2시 20분께 성매매 업소로 쓰였던 단층 건물에는 가림막이 쳐져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2년 동안 영업하지 않아 실내는 습한 냄새가 진동했으며 최근 폭우로 빗물이 들어와 바닥에는 물이 가득했다. 어두운 복도에 닭장 같은 방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업소 내부는 859.5㎡(260평)로 방은 총 43개였다. 방 하나당 2명이 누울 수 있는 정도의 협소한 공간으로 창문 하나 없어 빛 한 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구조다. 두 개의 복도로 이뤄진 실내에서 출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부에는 당시 성매매 종사자들이 사용했던 방향제와 각종 음료캔, 화장품, 물병과 물컵 등이 있었으며 성매매 현장임을 보여주는 피임기구가 눈에 띄었다. 43개의 방에서 일을 하던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목욕시설은 방 개수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화장실 4개와 샤워실 2개가 전부였다.

이날 성매매 업소 건물을 탐방한 이현설 창녕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성폭력 상담 교육 당시에만 들었던 이야기들을 현장에서 직접 보니 경악스러웠다”며 “숨막히고 어두운 곳에서 성착취를 당했던 여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내부에는 창문과 출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이들은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며 “지자체에서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업무 속도가 느리다. 시에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업무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준영 기자 bk604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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