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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청정바다 위한 대안, 업사이클링 (2) 바다 위 페트병, 의류로 재탄생

버려진 페트병을 옷·가방으로… 제주의 ‘친환경 실천’

기사입력 : 2021-07-18 21:39:27

업사이클링(upcycling)’은 폐기물 활용에 있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개념이다. 기존에 버려지는 제품을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더한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우리말로 ‘새활용’이라 불린다. ‘청정바다를 위한 대안, 업사이클링’ 2번째 기획에서는 업사이클링 개념을 제주 바다에 적용, 바다를 떠다니는 페트병을 수거해 ‘새활용’함으로써 의류를 생산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사례를 살펴본다.

노스페이스가 페트병 원사로 만든 ‘K에코 삼다수 컬렉션’./제주개발공사/
노스페이스가 페트병 원사로 만든 ‘K에코 삼다수 컬렉션’./제주개발공사/

◇제주개발공사, 업사이클링을 만나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개발공사)는 ‘제주삼다수’를 생산, 판매하는 공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개발공사가 ‘업사이클링’ 개념을 프로젝트화한 것은 2020년이다. ‘제주삼다수’가 페트병에 담겨 소비된다는 점에 착안해, 제주에서 배출되는 페트병을 제주도 내에서 자체적으로 수거해 ‘재활용’ 뿐 아니라 ‘새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해보자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서는 ‘페트병을 깨끗하게 한데 모으는 과정’이 필요했다. 개발공사는 2018년 제주도 내 주요 관광지 4곳에 ‘페트병 자동 수거보상기’를 설치해 시범 운영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7월 현재 제주도 하나로마트 등 유동인구가 많은 18곳에 추가로 수거보상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제주공항에 설치된 페트병 자동 수거기.
제주공항에 설치된 페트병 자동 수거기.

‘페트병 자동 수거보상기’는 페트병이나 캔을 이용자가 기계에 넣으면, 자동으로 기존 부피의 1/10로 압착되어 보관되는 원리로 작동한다. 여기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페트병 수거량에 따라 포인트가 적립되는 보상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지속적으로 페트병을 수거해 일정 포인트가 모이면, 이를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페트병을 모으는 프로세스는 ‘지역사회의 협업’도 담보한다. 수거보상기에 모인 페트병은 업사이클링 제조업체로 보내지는데, 이 중간 과정에 사회적기업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인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이 하루 1~2회 제주도 내에 산재해 있는 수거보상기를 돌며 압축된 페트병을 수집하고, 이를 업체로 이송하는 과정을 맡는다. 개발공사 측은 7월 현재까지 약 5만명의 제주도민과 관광객이 수거보상기를 이용했고, 이를 통해 10만 개 가까운 페트병과 캔을 수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 2018년부터시범사업
관광지등 페트병자동수거기 운영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도 협업 활기
바다에선 어선 355척 수거에 동참

수거한 페트병, 친환경 의류로 제조
실질적인 바다정화 효과 내려면
정부 지자체, 실비 수매제 시행해야

◇서귀포수협과 협업하다= 개발공사는 육지에서 페트병을 수거하는 활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주 바다를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름하여 ‘해양쓰레기 업사이클 프로젝트’.

제주도 근해에서 발생하는 페트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서귀포항에 정박하는 어선들을 대상으로 페트병을 회수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주요골자로, 2020년 8월~12월 5개월 동안 3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처음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 역시 지역사회의 각 주체가 협업을 이뤄 진행된다. 개발공사는 사업을 총괄하며, 서귀포수협은 서귀포항에서 출항하는 어선들과 추자도 어민을 대상으로 페트병 수거를 독려하고, 선원들과 추자도 주민들은 배와 섬에서 발생하는 페트병을 수집하는 역할을 각각 맡는다. 이후 서귀포수협에 페트병이 일정량 모이면, ‘제주인사회적협동조합’이 업사이클링 업체로 이를 이송하면서 일련의 프로세스는 마무리된다.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가 페트병을 수거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가 페트병을 수거하고 있다.
서귀포항에 정박하는 어선들이 수거해온 페트병.
서귀포항에 정박하는 어선들이 수거해온 페트병.

◇보상체계,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선원들은 선상에서 페트병을 어떤 방식으로 수거할까? 여기에는 먼바다로 나가는 어선들이 1~2개월가량 선원들이 섭취할 음식과 물을 배에 실어 출항하는데 적용원리가 숨어 있다. 서귀포수협 관계자는 “한 달 정도 조업을 하면, 두 파레트 가량의 페트병 물을 싣고 출항한다. 조업 후 빈 페트병을 되가져오고, 조업 중 해양에서 건져 올린 페트병도 가져오도록 독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도 보상체계가 기능을 한다. 현재 어민과 섬 주민들이 수거해 온 페트병 1.5㎏당 혹은 2L 페트병 32개당 8000원이 보상으로 주어지고 있다. 수협 측은 이 보상체계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업 중 파도와 강풍에 의해 페트병이 유실되는 일이 잦고, 이를 장기간 보관하고 관리하는 일 자체가 선원들에게는 수고로운 가욋일 정도로 그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페트병 수거에 대한 보상체계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조업으로 바쁜 어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것이 서귀포수협의 설명이다.

김미자 서귀포수산업 협동조합장은 “페트병을 재료로 한 새활용을 위해서는 다른 성분이 섞이지 않은 깨끗한 단일 재료가 있어야 하고, 이를 모으는 과정에 서귀포수협이 참여하고 있다”며 “페트병 수거 원리와 동일하게, 어업인이 조업 중 인양하는 폐어구나 해안변 쓰레기를 수매해 어민들이 해양정화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청정바다 유지에 중요한 한 축이 된다고 본다. 해양쓰레기 처리에 드는 고가의 장비와 인력 동원 정도를 가늠해본다면, 비용적 측면에서 어업인이 조업 중에 수거한 쓰레기를 정부와 지자체가 실비로 수매하는 것이 가장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라고 조언했다.

개발공사는 이 프로젝트로 지난해 3.3t(추자도 2.2t, 서귀포항 1.1t)에 달하는 페트병을 회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는 애초 목표량의 30% 수준으로, 개발공사의 자체적인 평가 결과 ‘선주와 선원들의 인식개선이 절실하다’는 시사점이 도출되었다.

이에 개발공사는 제주해양경찰청과 MOU를 체결, 수협은 수거 독려와 보상체계를 수립하고, 해양경찰은 어업인들을 대상으로 자원 순환에 대한 캠페인과 교육을 진행한다.

◇페트병이 친환경 패션의 소재로 순환= 그렇다면 제주 바다에서 모아진 페트병은 어떻게 ‘업사이클링’ 되는 걸까? 개발공사가 수거한 투명 페트병은 ‘효성 티앤씨’에 보내져 ‘리젠제주’라는 재생 원사로 만들어진다.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것, ‘페트병’이 ‘실’로 새활용되는 도약과정이다. 여기에 의류기업인 ‘플리츠마마’와 ‘노스페이스’가 ‘리젠제주’를 활용해 친환경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유명세를 탔다. 여기에는 최근 20·30세대가 지향하는 ‘가치 소비’에 대한 붐도 한몫을 했다.

2020년 ‘플리츠마마’가 리젠제주로 제작했던 니트가방 ‘제주에디션’은 출시 2개월 만에 일부 제품이 동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올해에는 협업 범위를 아웃도어 브랜드로 확대해 ‘노스페이스’가 친환경 에디션 ‘K에코 삼다수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만든 플라츠마마의 니트가방.
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만든 플라츠마마의 니트가방.

◇완전한 순환 체계를 위해= 개발공사는 최근 ESG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그린뉴딜을 선도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경영 비전을 선포하면서 이 같은 프로세스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양쓰레기 업사이클 프로젝트’를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확대 운영하며, 지난해 근해 어선 66척을 대상으로 했다면 올해는 서귀포항 정박 어선 355척(연안 280척, 근해 75척)을 대상으로 페트병 수거를 독려한다. 수거량은 서귀포항 6t, 추자도 6t으로 잡았다.

오승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회공헌팀장은 “페트병 수거부터 업사이클링을 통한 완제품 생산까지 각 단계별 주체가 참여해 완전한 형태의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특징이다”며 “궁극적인 목적은 제주에서 배출되는 투명 페트병이 전부 제주도 내에서 순환할 수 있도록, 환경적이면서 경제적인 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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