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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진통제의 종류와 올바른 복용

서연란 (희연요양병원 약제과장)

기사입력 : 2021-07-19 08:09:01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 인원이 급증하면서 백신 이상반응에 대비한 해열진통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 제품인 ‘타이레놀’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초기 백신 접종자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불편한 증상에는 ‘타이레놀’을 복용하라고 직접 언급한 이후 70여개가 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가 판매됨에도 특정 품목만 찾는 현상이 발생했다.

사실 국민들에게 의약품은 성분명에 비해 제품명이 더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 타이레놀마저 품절이라는 소식은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 진통제의 종류와 올바른 복용법에 대해 알아보겠다.

두통, 근육통, 생리통, 몸살 등의 증상에 복용할 수 있는 진통제는 크게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로 나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소염작용’ 여부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게보린, 펜잘 등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의약품에 들어가 있는 주성분이다. 효과적으로 통증과 열을 낮추는 해열진통제이지만 염증을 줄여주는 소염효과는 미미하다.

하지만 이 의약품도 부작용은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의 약 90%는 간에서 대사돼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기준치 이상(하루 4000mg 이상)의 고용량으로 남용하는 경우 간 손상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종합감기약과 복합성분 진통제에도 본 성분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동일 성분이 중복되어 과용량 복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약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염증에 의한 발열, 치은염, 골관절염 등을 앓고 있는 경우 통증경감과 함께 염증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아세트아미노펜 대신 해열, 진통에 소염효과까지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이하 소염진통제) 복용이 권장된다. 흔히 약국에서 구매하는 아스피린, 애드빌, 부르펜, 이지엔6, 탁센, 페인엔젤, 낙센 등의 주성분이 바로 이에 속한다.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체내 물질의 합성 증가에 따라 열, 통증, 염증이 생기는데, 이때 소염진통제를 투여하면 이를 억제한다. 하지만 그중 특정 프로스타글란딘은 우리 몸에서 꼭 필요한 작용을 하고 있다. 따라서 소염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게 되면 신체 다른 부분에 영향을 주게 되며 이상반응인 위장장애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식후복용을 권장한다. 반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소염 작용이 없어 소염진통제가 일으킬 수 있는 위장관 등의 부작용도 적다.

현재 국내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소염작용이 없는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으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유럽식약처(EMA)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외에 다른 계열의 해열진통제도 사용가능하다고 공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전문위원회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발열, 통증이 있으면 해열진통제를 먹어야 하며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제를 우선 권장한다고 밝혔다. 만약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약물을 못 먹을 경우 ‘부루펜’ 등의 이부프로펜(덱시부프로펜 등) 성분이나 아스피린 등 기타 해열진통제를 복용해도 된다고 안내했다.

예방접종 후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 발생할 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3일 정도 무리하지 않고 쉬는 것을 권하고 있으며, 의약계는 복용하는 제제의 종류보다는 복용 시기가 더 중요하다고 안내한다. 너무 이른 복용은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백신의 본래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약처럼 복용할 것이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면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

서연란 (희연요양병원 약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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