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가고파] 데자뷔- 조고운(광역자치부 차장대우)

기사입력 : 2021-07-26 20:34:43

2003년 12월 15일 오전 10시, 김은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했다. 그동안 숱한 이별의 징조에도 끝까지 아니라고 부인하던 그였다.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베풀어준 사랑이 너무 컸기 때문에 고민과 갈등이 컸지만, 우리 사회의 병폐와 정치권의 구태를 바꾸기 위한 ‘희생적 결단’”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어떤 자리에 있어도 경남의 발전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은 공허하게 허공에 맴돌았다.

▼2012년 7월 2일, 또 다른 김도 일방적으로 헤어짐을 선언했다. 2년 전 “임기 중 중도 사퇴 않고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던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그 약속을 저버렸다. 그는 ‘역사의 절박한 부름’을 이별의 변으로 내세웠고, “다른 자리에서 경남의 미래를 고민하고, 대한민국 번영 1번지 경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 말은 버려진 이에겐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했다.

▼2017년 4월 9일, 홍과의 결별은 급작스러웠다. 이별에 앞서 애써 자신의 빈자리를 누구도 대신할 수 없도록 만들었고, 이 모든 행동이 나를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눈물을 수차례 훔쳤던 그는 이별이 “거대한 위기를 타개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이며 “대한민국을 위해서, 경상남도를 위해 옳은 길을 선택했다”고 했지만, 그 길에 남겨진 이들의 상처는 꽤 오래 아물지 못했다.

▼2021년 7월 21일, 원치 않던 이별은 또다시 반복됐다. 사람도 상황도 다르지만 기시감이 든다. 도청 안팎으로 장사진을 이룬 취재진과 도지사의 무거운 표정, 그리고 숨죽인 듯 적막한 도청 내부 분위기와 지사를 지지 또는 비난하는 이들의 고성과 눈물이 뒤섞인 도청 바깥의 풍경들. 지금 일어나는 상황인데도 어디서 본 듯한 장면 같다. 18년 전 겨울이거나 9년 전 여름, 4년 전 봄쯤이었던가. 오랜 세월, 역대 도지사들의 중도 사퇴를 반복적으로 겪어야만 했던 경남 사람들의 쓸쓸한 데자뷔다.

조고운(광역자치부 차장대우)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