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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탁구 할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기사입력 : 2021-07-27 20:17:42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가 있다. 2002년에 한 통신사의 광고에 사용돼 유행한 이래 일상생활에서 빈번히 사용된다. 스포츠 기사에는 ‘나이를 잊은 선수’, ‘세월을 거스르는 선수’라는 표현이 가끔 등장한다. 젊은 선수들과 어깨를 견주며 활약하고 있는 베테랑 선수에 대한 수식어다. 그들은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젊은 선수들의 거센 도전을 실력으로 극복한다.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단식에서 17세 ‘탁구 신동’ 신유빈이 상대한 58세 선수가 화제다. 네티즌들이 ‘탁구 할매’라 부르는 선수의 이름은 니시아리안, 중국 국가대표 출신의 룩셈부르크 여자탁구 국가대표다. 그는 41세의 나이 차이에도 신유빈을 몰아붙이며 마지막 세트까지 접전을 펼쳤다. 신유빈은 강한 체력으로 결국 3회전에 올랐지만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니시아리안의 플레이에 혼자 바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1963년생인 니시아리안은 20세인 1983년 중국 국가대표로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혼합복식과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실력파’다. 1991년 룩셈부르크 시민권 취득 이후 룩셈부르크에서는 그에게 대표팀 코치를 맡기려 했지만 현역 선수들을 압도하는 실력에 그대로 선수로 전향했다. 니시아리안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이번 도쿄올림픽까지 총 5번의 올림픽에 출전한 ‘백전노장’이다.

▼“오늘은 늘 내일보다 젊다. 나이는 장애가 될 수 없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힌 니시아리안의 좌우명이다. 신유빈이 태어나기 전부터 올림픽 무대를 밟으며 기염을 토하고,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면서도 나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니시아리안은 분명 멋지고 대단한 선수다. 올림픽 탁구 역대 최고령 ‘니시아리안’과 세월의 흐름에 끌려가지 않고 숫자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이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니시아리안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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