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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3] (3) 마산만 살리기

검은 바다’ 잊어주세요… 마산만의 ‘푸른 꿈’ 이뤄지도록

기사입력 : 2021-07-27 21:14:16

2018년 7월. 창원시가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해수욕장을 정비해 폐쇄된 지 16년 만에 재개장했다. 창원에는 길이 321㎞로 부산보다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즐길 만한 해수욕장이 없어 아쉬움이 컸었다. 지난 2002년 수질 악화로 폐쇄됐던 광암해수욕장은 이후 장기적인 노력의 결과로 이 일대 수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재개장이 가능하게 됐다. 이 뿐만 아니라 마산만이 깨끗해지자 봉암갯벌에는 붉은발말똥게 같은 다양한 생물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산만 흑역사= 마산만은 마산합포구 구산면과 진해구 웅동 2동 일부 해역(마산만, 진해만, 행암만)을 잇는 만으로 300.65㎢(육역 157.66㎢+해역 142.99㎢)에 이른다. 그 생김새가 병목 같아서 해류의 이동이 거의 없다. 수심이 깊고 수면이 잔잔하며 만 안에 위치한 섬들이 천연의 방파제 역할을 해 자연적인 양항을 이룬다. 하지만 1970년과 1974년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기계공단이 각각 들어서고 이후 옛 마산시·창원시가 공업도시로 급성장함에 따라 마산만이 오염되기 시작했다. 삼호천·양덕천 등 8개 주요하천을 통해 생활하수·산업쓰레기·공장폐수가 마산만으로 무분별하게 흘러들었고, 해류의 이동에 의한 자정작용이 거의 없어 오염상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수질이 점점 악화되면서 지난 1975년에는 가포해수욕장에서의 수영이 금지됐으며, 1979년에는 어패류의 채취도 금지되기에 이른다. 상황은 더욱 악화돼 1981년에는 대규모 적조가 발생했다. 결국 마산만은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

70년대 창원산단 자유무역 조성으로 오염
2007년부터 연안오염총량 관리 10년만에
환경보호종 잘피 수달 말똥게 등 돌아와
최근 5개 관리해역 조사 결과 재악화 조짐
비점오염원 오수차집관 등 관리강화해야

1989년 11월 오염된 마산만 모습.
1989년 11월 오염된 마산만 모습.
1981년 마산만 적조.
1981년 마산만 적조.

◇되살아난 마산만, 하지만…= 연안오염총량관리제도가 가장 먼저 도입된 곳이 바로 마산만이다. 이는 바다로 배출되는 생활하수나 산업폐수 등 각종 오염물질을 농도가 아닌 배출총량을 기준으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5년을 주기로 1차는 지난 2007~2011년, 2차는 2012~2016년, 현재는 3차(2017~2021년)가 시행되고 있다. 제도 도입이 결정됐던 2005년 당시 마산만의 수질 상태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2.59㎎/ℓ, 총인(T-P) 0,067㎎/ℓ이었다. 제도 시행으로 인한 1차 목표수질은 COD 2.5㎎/ℓ였으며, 2차 목표수질은 COD 2.2㎎/ℓ에 총인이 관리대상물질에 추가돼 0.041㎎/ℓ로 설정됐다. 3차 목표수질은 COD 2.1㎎/ℓ, 총인0.032㎎/ℓ이다. 이 제도를 본격 시행한 결과 1차 운영 종료시점인 2011년 말 마산만의 수질은 COD 1.80㎎/ℓ, 2차가 종료된 2016년 말 수질은 COD 2.19㎎/ℓ로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수질이 악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COD 농도가 2014년에는 최저점(1.70㎎/ℓ)을 보이다가 2015년 이후 증가 추세다. 2017년에는 2.22㎎/ℓ, 2018년에는 2.43㎎/ℓ로 나빠진 것이다. 이는 마산만의 지형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마산만은 반폐쇄성 내만으로 육상에서 흘러드는 물질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오염물질의 90% 이상이 마산만 내에서 잔류하는 특성이 있다. 또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수온 상승과 하수처리장 시설 노후화 및 유량증가로 처리 한계, 비점오염원 유입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마산해양신도시 조성 후 마산만을 지나는 조류의 속도 감소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1년 마산만 전경.
2021년 마산만 전경.

◇수영하는 海맑은 마산만 부활프로젝트= 창원시는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마산만 수질 COD 1.7㎎/ℓ 달성을 목표로 ‘수영하는 海맑은 마산만 부활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 5746억1300만원을 투입해 △육상오염원 해양유입 저감 강화 △해양 생태계 자정 능력 배양 △해양환경 과학적 관리 체계 구축을 3대 전략으로 10개 중점 과제, 56개의 세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창원시는 2019년 7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해양수질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수질오염요인 저감 노력과 해양 생태계 자정능력이 회복되면 결국 수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정책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추진 성과로는 하천 오수유입 차단 조치가 확인된 지점 539개소 중 371개 지점인 68.8% 차단이 완료됐으며, 하수처리장 방류수 농도는 덕동물재생센터는 COD 9.8㎎/ℓ으로 2019년 대비 15% 개선, 진해물재생센터는 COD 9.5㎎/ℓ으로 16.7% 개선했다. 그 결과 마산만 내만인 돝섬에는 1980년대 이후 사라졌던 해양보호생물인 잘피가 돌아왔고, 마산만 기수지역에 멸종위기생물인 기수갈고둥의 서식을 확인했다. 또 창원천에 수달 가족의 서식과 봉암갯벌에 멸종위기종인 저어새(2마리)가 먹이 활동하는 것이 관찰되는 등 마산만 수질이 꾸준히 개선되고, 해양생태계 건강성도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2020년 6월 마산만 내만 돝섬 연안에 서식이 확인된 해양보호식물 잘피./경남신문 DB/
2020년 6월 마산만 내만 돝섬 연안에 서식이 확인된 해양보호식물 잘피./경남신문 DB/
봉암갯벌에서 발견된 붉은발말똥게./경남신문 DB/
봉암갯벌에서 발견된 붉은발말똥게./경남신문 DB/
창원천에서 지난해 9월 발견된 1급수 서식어종 은어./경남신문 DB/
창원천에서 지난해 9월 발견된 1급수 서식어종 은어./경남신문 DB/
 봉암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저어새./경남신문 DB/
봉암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저어새./경남신문 DB/

◇시민·단체·전문가 민관협치 중요= 마산만을 살리기 위한 창원시 정책의 성과달성 요인으로는 TF팀 협업과 시민·단체·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협치의 적극행정이 꼽히고 있다. 마산만 민관산학협의회(해수부·창원시·시민단체)가 하천을 조사하고 문제점 확인, 지도 작성을 하면 이를 토대로 마산만 수질개선TF팀(시민단체, 시·구청, 수산과, 하수시설과 하수센터)이 현장 확인 후 신속한 개선조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한 몫 하고 있다. 海맑은 마산만 부활프로젝트에 시민도 적극 참여하는 등 해양환경조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또 부서간 협업 강화 및 공동의 목표 설정으로 추진 가속도 및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런 유기적인 협력으로 마산만 수질 회복의 노력은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마산만 특성 고려한 정책 필요= 지난 6월 29일 ‘마산만 수질 개선을 위한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이찬원 마산만 민관산학협의회 위원장은 마산만 연안오염총량관리제 성과·한계를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2014년과 지난해 수질 측정 자료를 비교 분석하면서 해수 이동 속도가 낮은 마산만 특성을 지적했다. 마산만 특별관리해역 5개 수질오염측정지점(마산만1·2, 진해만1·2, 행암만1)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 평균이 급격히 상승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이 수치들은 전형적인 폐쇄성 해역인 마산만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며 “수평으로도, 수직으로도 잘 섞이지 않고 8월에는 강수량 증가로 비점오염원 영향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측정지점별 수질 악화 원인에 따라 비점오염원 관리 강화와 비점오염원·원인불명 오수 차집 관리, 환경기초시설·하수처리시설 효율 증대 등의 대책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금까지는 화학적 측정 기준만을 활용했지만, 앞으로는 생물지표로 관리하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영 기자 mylee7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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