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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열 동상 ‘4·11 민주항쟁 명칭’ 논란

3·15의거사업회 “3·15의거에 포함… 사회적 동의 없어 역사 왜곡” 반발

김주열사업회 “십수년 전부터 사용… 주체 따라 다양한 표현 가능” 반박

기사입력 : 2021-07-28 20:46:11

김주열 동상에 ‘4·11민주항쟁’이라는 문구가 명시되자 3·15기념사업회가 ‘역사 왜곡’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3·15의거기념사업회는 도·시비가 투입돼 건립된 김주열 열사 동상의 부조 시설물에 새겨진 ‘4·11민주항쟁’ 명칭이 역사 왜곡을 조장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동상 건립 사업에 참여한 김주열기념사업회 측은 독자적 명칭 사용이 일반적인 사항이라며 반박해 두 단체간 논쟁이 가열되는 조짐이다. 창원시는 결국 30일 예정돼 있던 김주열 열사 동상 제막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28일 오전 김주열 열사 인양지 앞 동상 조성지. 공개된 부조 시설물에는 3·15의거, 4·19혁명과 함께 4·11민주항쟁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2·28민주운동부터 이승만 하야까지의 민주운동사도 담겼는데 논쟁이 된 대목은 ‘민주혁명의 표시 4·11민주항쟁’이라는 제목이다.

옛 마산중앙부두 김주열 열사 인양지 앞에 조성된 김주열 열사 동상 부조에 ‘4·11민주항쟁’이라는 명칭이 적혀 있다.
옛 마산중앙부두 김주열 열사 인양지 앞에 조성된 김주열 열사 동상 부조에 ‘4·11민주항쟁’이라는 명칭이 적혀 있다.

4·11민주항쟁이란 명칭은 김주열기념사업회가 1960년 4월 11일 김주열 시신 인양 이후 마산지역에서 이어진 항쟁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십수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3·15기념사업회와 김주열기념사업회는 지난해부터 이 명칭과 관련해 논쟁을 이어오고 있다.

3·15기념사업회 측은 도·시비가 투입된 공공기관 시설에 민간단체만 사용하는 명칭이 명시되는 것은 3·15 특별법 내용과도 맞지 않고 사회적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3·15특별법에는 ‘3·15의거란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에 항거해 3월 15일부터 4월 13일까지를 전후해 마산지역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말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3·15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국가가 이 기간 발생한 시위를 모두 3·15의거로 정의했는데, 창원시가 도·시비를 투입한 시설에 논란이 있는 4·11민주항쟁이란 명칭을 사용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김주열기념사업회와 창원시는 동상 건립을 추진할 때에도 3·15의거 관련 단체들과 아무런 논의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김장희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은 “4·11민주항쟁을 공인화하는 것은 3·15의거를 반토막 내려는 행위다”라며 “4·19혁명을 이끌어 낸 민주항쟁은 3월 15일부터 시작됐는데 이를 3·15의거와 4·11민주항쟁으로 나눠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측은 역사용어를 법에 명시된 표현 외로 사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수 없고, 4·11민주항쟁을 강조하는 것은 3·15의거를 반토막 내려는 행위가 아니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상임고문은 “광주시민들은 법에 5·18민주화운동이라고 명시돼 있더라도 5·18민중항쟁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행사 개최 및 시설물 건립을 하고 있다”며 “역사용어는 수용하거나 계승하는 주체들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반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4·11민주항쟁의 뿌리는 3·15의거에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4·11항쟁이 많이 알려질수록 3·15의거가 위대해진다고 생각한다”며 “김주열 열사 인양지 앞에 동상을 건립하고 당시 사건을 재해석한 것까지 지적하는 행동이 3·15정신, 즉 민주정신과 맞는지 의문이다. 3·15사업회 측은 직접 우리 쪽에 연락해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사업회의 반발과 함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제막식을 연기했다”며 “명칭 논란은 양측 사업회에서 논의 후 결정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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