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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개·옻칠로 수놓은 통영바다의 추억

20년째 전통기법 고수하는 정종한 작가

창원 연아트오브갤러리서 20일까지 전시

기사입력 : 2021-07-30 11:24:39

“시대가 바뀌었다고 과거에 검증된 전통까지 바꿀 수 없어요. 전통은 지키지 못하면 사라져요. 아무리 좋은 보석이라도 잘 다듬어야만 보석다운 빛을 발현해요. 전통을 잇는다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에요.”

마산서 활동하는 정종한 작가가 창원 시티세븐 43층 스카이라운지 연아트오브갤러리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의 작품엔 바다와 달항아리가 등장한다. 화폭에 수놓은 자개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 한가운데를 자유로이 노니는 물고기떼가 연상된다. 달항아리엔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소나무·학 등 십장생이 살아 숨 쉰다.

정종한 작가가 300호 작품 ‘소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정종한 작가가 300호 작품 ‘소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주재옥 기자/

정 작가는 “통영에서 나고 자랐다. 유년시절 바다 수영하며 물고기를 봐왔기에, 바닷속 정경에 대한 향수(鄕愁)가 남아 있다. 달을 닮은 달항아리는 어릴 적 꿈을 상징한다. 달과 바다는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요소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늘 동경의 대상이다”고 말했다.

정종한 作
정종한 作
정종한 作
정종한 作

정 작가는 20년 째 자개와 옻칠을 접목한 전통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품의 오브제가 된 자개는 전복 껍질의 색을 일일이 손으로 벗겨야만 나온다. 아교(동물성 접착제)로 자개를 고정시킨 후, 그림 위에 옻칠을 여러 번 덧칠한다. 마르고 나면, 사포 작업을 거친다. 정성이 더해져야만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정 작가는 “자세히 보면, 색의 질감이 일정하지 않다. 옻칠의 장점은 온도와 습도가 조절돼 색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거다. 옻이 처음 나올 땐 회색이지만, 물기를 없애면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밤색이 바탕이 되다 보니, 색을 혼합하면 탁한 빛깔이 나온다. 그림의 채도가 낮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예술은 ‘노동이라는 신성함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전통 명맥을 이으면서, 현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도입해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 예전엔 ‘뭘 해야 할까’가 고민이었다. 이제는 삶에서 과정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들을 더듬어 표현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일본 오사카(2009)를 시작으로, 서울·부산·창원서 개인전만 21회 열었다. 현재 무(無)그룹과 경남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

정종한 作
정종한 作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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