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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기획] 청정바다 위한 대안, 업사이클링 (3)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으로

시민·기업 참여한 ‘새활용 문화’ 일상에 뿌리내리다

기사입력 : 2021-08-08 21:52:18

‘청정바다 위한 대안, 업사이클링’의 첫 번째 기획 ‘경남 해양쓰레기 어떻게 처리되나’를 통해 도내 해양 쓰레기 처리 실태를, 두 번째 기획 ‘바다 위 페트병, 의류로 재탄생’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서귀포수협이 협업, 페트병을 의류로 업사이클링한 사례를 살펴보았다. 마지막 회 ‘(3)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으로’에서는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수집해 상품화하는 등 새활용(업사이클) 개념을 일상에 접목하고, 서울시민들에게 업사이클링 프로세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새활용플라자를 소개한다.

◇서울새활용플라자= 서울새활용플라자(이하 플라자)는 2017년 서울시 성동구에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1만6679㎡로 개관했다. 시비 399억, 국고 100억이 투입되었다. 서울특별시 기후환경본부 자원순환과가 플라자를 관리하는 주무부서이며, (재)서울디자인 재단이 위탁운영을 맡고 있다.

새활용(업사이클)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새활용 복합 문화공간으로, 서울특별시가 내건 ‘자원순환도시 서울시 비전 2030’을 토대로 새활용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업사이클링 기반 산업의 생태계를 만들고자 조성됐다.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수집해 재분류 및 가공하고 △폐기물을 세척 살균하며 △이를 판매·중개·유통하는 플랫폼을 갖추고 △새활용을 통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작업장과 판매장을 운영하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업사이클 프로세스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플라자의 운영 골자다.

◇새활용 프로세스= 플라자에는 다양한 경로를 거친 폐기물들이 모여든다. 모두 수도권에서 버려진 각종 폐기물로, 기업들이 상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재료들을 폐기시키는 대신, 플라자에 기증한 경우도 다수다.

플라자의 각 층별 시설 용도에 맞추어 ‘새활용 프로세스’를 따라가 보자. 먼저 수집되거나 기증된 폐기물은 플라자 지하1층 ‘재사용 작업장’으로 보내진다. 여기서 폐기물은 사람 손에 의해 분리, 분류 되면서 새활용이 가능한 소재와 불가능한 소재로 가려진다. 이 과정을 통과했다면 폐기물은 지하 1층 ‘소재은행’으로 보내진다. 여기에서 폐기물은 세척과 살균을 거친 뒤 폐전자 제품, 종이, 플라스틱, 금속, 목재, 원단, 고무, 비닐, 도자기, 유리 등 카테고리의 의해 ‘단일 소재’로 분류된다. 이 공간은 ‘소재은행’이라는 말에 걸맞게, 다양한 폐기물에서 분류된 무궁무진한 소재들을 보유하고, 이를 판매한다. 새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구입하고자 하는 기업과 구매자를 위해 문이 열려 있다.

지상 1층에는 ‘꿈꾸는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분류된 새활용 소재를 이용해 입주기업이나 외부의 기업들이 자유롭게 창작하고 실험하고 제품화 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기업들이 플라자가 제공하는 3D 장비교육 등을 활용해 시제품을 생산해 볼 수 있는 일종의 ‘창업 육성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는 장소다.

지상 1층에는 ‘새활용하우스’도 자리한다. 새활용된 다양한 제품들을 전시한 일종의 모델하우스로, 워크숍, 커뮤니티 활동, 전시 등이 이뤄지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새활용을 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3~4층에는 다양한 새활용 기업들과 작가들이 입주해있다. 이 기업들은 이 곳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들의 제품은 2층 ‘새활용상점’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입주기업= 플라자에는 새활용을 통해 제품을 만드는 26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널리 알려진 기업으로는 중고한복과 폐의류로 업사이클 한복을 제작하는 기업 ‘단하주단’, 우유팩을 새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잡화를 판매하고 교육 키트를 개발하는 ‘밀키프로젝트’, 폐우산으로 만든 가방, 지갑, 파우치 등 패션 소품을 생산하고 주문제작하는 ‘큐클리프’, 청바지와 데님 원단을 활용해 가방과 악세사리, 핸드백, 파우치 등을 만드는 ‘젠니클로젯’ 등이 있다. ‘단하주단’은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들이 단하주단이 만든 새활용 한복을 입고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화제가 되었으며, ‘젠니클로젯’은 최근 백화점에 입점할 정도로 외연이 확장됐다.

버려지는 우유팩을 잡화로 새활용하는 기업 ‘밀키프로젝트’의 김수민 대표는 “일본에서 생활할 때 우유곽을 활용해서 물건을 만드는 것을 보고 착안했다. 우유곽 디자인이 상당히 다양하고 예쁜데,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2017년 플라자에 입주한 후 초기에는 완제품을 판매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는데, DIY 키트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 함께 진행해왔다. 오히려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우유곽으로 지갑이나 필통을 만드는 체험키트가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탄소중립 이슈와 ESG 경영 이슈가 더해지면서 새활용이라는 개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체험프로그램= 시민들을 위한 체험프로그램도 연중 운영한다. 전문 도슨트와 함께 플라자를 투어하고, 입주기업에서 새활용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매년 9월5일 플라자 개관기념일에 맞춘 ‘새활용 위크’를 통해 새활용 컨퍼런스와 워크숍도 진행된다. 어린이들이 직접 장비를 착용하고 버려진 키보드나 건반, 장난감 등을 해체해 소재를 분류해 내는 체험활동인 ‘소재구조대’ 프로그램도 있다. 2017년 개관 이래 2020년까지 플라자를 방문한 인원은 43만200여명이며, 교육 참여자 수는 17만6700여명을 기록하고 있다.

◇새활용 개념에 대해=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펴낸 ‘서울새활용플라자 새활용 소재 은행 활성화를 위한 연구’에 따르면 ‘새활용(업사이클·upcycle)’ 개념이 처음 등장한 때는 1994년이다. 독일의 폐기물 엔지니어 라이너 필츠가 재활용을 하향활용(downcycle)이라고 규정하며 환경을 위해 새활용(upcycle)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2002년 미국 건축가 윌리엄 매도너와 독일 화학자 미하엘 브라운 가르트가 새활용의 개념을 이론적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공동저서 ‘요람에서 요람으로’에서 ‘새활용은 천연자원 원료의 제품소비를 줄일 수 있으며, 이것은 환경 및 수질오염 방지, 온실가스배출 방지와 에너지 사용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새활용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2014년 환경부의 ‘업사이클 활성화 기반 마련 연구용역’에는 ‘폐자원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업사이클은 디자인 등을 접목시켜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가치상향형 재활용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새활용을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업사이클링의 우리말’로 정의한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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