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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특집 - 삼성중공업] 탄소제로 시대 ‘무공해 암모니아 추진선’에 승부 건다

차세대 세계 친환경 선박시장 선점 겨냥

영국 로이드선급서 작년 9월 인증 획득

기사입력 : 2021-08-12 08:27:08

이산화탄소 배출 0…2024년 상용화 목표

국내 조선소 첫 ‘LNG실증설비’도 구축

소형 모듈원자로 응용엔진 개발 ‘초관심’

올해 52척·67억달러 수주…일감 증가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G 안벽. 이달 초 초대형 해양플랜트인 모잠비크 코랄 FLNG(부유식 LNG 생산설비)의 막바지 작업인 모듈탑재작업이 한창이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 설비다. 길이 439m, 폭 65m, 높이 38.5m의 거대한 이 해양플랜트는 자체 중량만 약 21만t에 이른다. 계약 금액 2조8534억원(약 25억달러)의 이 플랜트는 삼성중공업이 2017년 6월 수주한 이후 건조에만 4년 이상 걸렸다. 올 연말 건조를 마치면 모잠비크 펨바(Pemba)시 북동쪽 250㎞ 해상의 코랄 가스전에 투입돼 연간 약 340만t의 LNG를 생산하게 된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설치된 골리앗 크레인이 대형 선박 구조물을 들어올려 조립지점으로 옮기고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설치된 골리앗 크레인이 대형 선박 구조물을 들어올려 조립지점으로 옮기고 있다.

6번 안벽에도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1기에 대한 모듈탑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9년 4월 삼성중공업이 1조1000억원에 수주한 해양플랜트로 내년 상반기면 건조가 마무리돼 인도 동쪽 심해 유전으로 출항할 예정이다. 11번 안벽에는 덴마크 셀시우스로부터 수주한 18만㎥급 초대형 LNG운반선이 건조되고 있다. 이들 선박은 모두 삼성중공업의 친환경 독자 기술들이 탑재된 선박들이다.

삼성중공업은 친환경 LNG선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확고한 지위를 다지며 시장을 선도해 왔다.

◇친환경·고효율 삼성중공업만의 독자 기술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황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등 선박 대기오염가스 배출 규제를 만족하기 위한 다양한 친환경·고효율 기술들을 꾸준히 축적해 왔다.

대표적인 기술이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실증에 성공한 선박용 냉열발전 시스템 ‘S-REGAS(CGR)’다. FSRU(부유식 가스 저장·재기화 설비)에 적용돼 영하 162도 이하 액체 상태인 LNG를 재기화할 때 발생하는 냉열을 이용해 선박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탄소 제로’의 친환경적인 기술인 데다 전력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췄다.

2017년 개발한 스마트십 솔루션 에스베슬(SVESSEL) 역시 삼성중공업만의 자체 기술이다. 에스베슬은 선박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ICT로 통합 관리해 경제적이고 안전한 운항을 지원한다. 또 연료 소모량을 절감할 수 있는 최적 운항 계획을 수립하고 실시간 장비 상태 감시, 고장 진단, 육상 원격 관제 기능 등 다양한 솔루션이 포함돼 있다. 에스베슬은 2018년부터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모든 선박에 적용되고 있다.

이 밖에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TS), 선체 바닥 면에 공기를 분사해 선박의 마찰 저항을 감소시켜 연비를 향상시키는 공기윤활시스템(SAVER Air) 등의 친환경 고효율의 독자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거제시 연초면 한내조선특화농단 내에 구축된 LNG실증설비. 국내에서 유일한 시설이다./삼성중공업/
거제시 연초면 한내조선특화농단 내에 구축된 LNG실증설비. 국내에서 유일한 시설이다./삼성중공업/

◇친환경 선박의 요람 ‘LNG실증설비’= 지난 6월 4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거제시 연초면 한내조선특화단지를 찾았다. 삼성중공업의 LNG실증설비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이날 방문에는 도지사와 변광용 거제시장, 서일준 국회의원, 산업통상자원부 강경성 산업정책실장 등이 함께 했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으로부터 현황을 청취하고, 실증설비를 둘러본 김 총리는 “세계조선업을 선도하는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김부겸 총리가 둘러본 삼성중공업의 LNG실증설비는 미래 친환경 선박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시설이다.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 LNG연료추진선 등 친환경 LNG선 분야 강자의 자리를 더욱 확고하게 다지겠다는 복안으로 야심차게 이 실증설비를 구축했다.

삼성중공업의 LNG실증설비는 거제시 연초면 한내조선특화농공단지 내 3630㎡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2019년 7월 착공해 2년 만인 지난 5월 완공했다. LNG실증단지에는 재기화·냉열발전, 액화·재액화, 저장, 연료공급·추진 등 LNG선이 요구하는 모든 신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설비가 집약됐다.

이 같은 다목적 원스톱 실증시설을 갖추고 있는 조선사는 국내에서 삼성중공업이 유일하다.

삼성중공업은 이 실증설비가 친환경 LNG선 분야에서 삼성중공업이 그동안 쌓아온 독자 기술에 날개를 달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진택 사장은 “삼성중공업이 유일하게 독자 개발한 천연가스 액화공정 ‘SENSE-Ⅳ’와 세계 최초 냉열발전 재기화 시스템인 ‘S-REGAS(CGR)’ 모두 이곳 실증설비를 통해 신뢰성을 갖춘 기술로 탄생했다”며 “이곳 LNG실증설비는 삼성중공업이 추진하는 LNG 기술 혁신의 산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용접작업 모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용접작업 모습./삼성중공업/

◇포스트 LNG선 대비= 삼성중공업은 현재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LNG선을 넘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암모니아 추진 A-Max 탱커’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암모니아(NH3)는 질소(N2)와 수소(H2)의 합성 화합물로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청정 대체 연료다. 공급 안정성과 보관·운송·취급이 비교적 용이해 탈(脫)탄소 시대에 적합한 선박 연료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암모니아 추진선 기본인증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암모니아 연료공급 시스템 개발, 상세 선박 설계 등을 거쳐 2024년 실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소형 모듈원자로(SMR)를 응용한 해양 용융염원자로(MSR) 개발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MSR은 핵연료 사용주기가 20년 이상이어서 선박 수명 내내 사용가능한 고효율 동력원이다. 삼성중공업은 또 미국 블룸에너지와 공동으로 선박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로 추진하는 LNG운반선을 개발하기도 했다. 화물창에서 자연기화되는 LNG를 활용해 연료전지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내연기관은 물론 오일을 이용하는 각종 장치가 필요 없는 혁신적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독자 개발한 해상 풍력 부유체로 시장 다각화를 모색하는 것도 눈에 띈다. 삼성중공업은 9.5MW급 대형 해상 풍력 부유체 모델을 개발하고 노르웨이 선급 DNV로부터 기본설계 인증을 따냈다. 콤팩트한 구조로 공사기간을 줄이는 한편, 극한의 해상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다. 정부가 추진 중인 6GW 규모 동해 부유식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2022년 이후 일감 증가 예상=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량은 총 52척, 67억달러로 수주목표 91억달러의 74%를 채웠다. 선종별로는 LNG운반선 7척, 컨테이너선 38척, 원유운반선 7척이다.

2018년 63억달러를 수주해 목표 82억달러의 77%에 그쳤고 2019년 71억달러로 목표 78억달러의 91%, 2020년 55억달러로 목표 수주액 84억달러의 65%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수주량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부하(생산할 물량)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에 수주물량이 본격 생산되는 내년(2022년)부터 일감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대형 LNG운반선 시장에서 170척이 넘는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 설비)를 설계, 건조하기도 했다”며 “최근 환경규제 강화 기조로 발주 증가 추세인 LNG연료 추진 선박을 올해 잇따라 수주하는 등 조선·해양 LNG 시장에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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